[추억을 불러내는 정감나는 동네 이야기] 아이들이 자라면서 그림책이 멀어질만도 하건만 중학생이 된 딸아이는 아직까지도 그림책 보기를 즐긴다. 손에 잡히면 한시간은 훌쩍 넘도록 그림을 보고 읽으면서 너무나 행복해 한다. 모든 책이 그럴 수는 없지만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책을 만나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우린 가족입니다>로 치매에 걸린 가족이 있는 강희네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작가는 이번에는 강희네 동네에 새로 이사온 준범이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책표지 안쪽부터 헛트로 넘기지 못하게 하는 그림이 보인다. 어느 집이지? 새로 이사온 준범이의 창에서 내다 보는 풍경에 동네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이 하나씩 다 보인다. 미용실 공주네 집, 동생 때문에 혼나는 슈퍼 충원이네 집, 하루종일 맛난 냄새가 나는 강희네 중국집... 늘 함께 하는 아이들은 어느새 동네 마당에 다 함께 모여서 시끌벅쩍하게 놀기 시작한다. 그 모습이 너무 이쁘고 부러워서 보는 이들까지 함께 놀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데 이를 지켜보는 준범이는 오죽할까? 할머니를 기다리면서 하루종일 혼자서 텅빈 방을 지키는 준범이는 아이들이 여간 부럽지 않을게다. 만약 이 책이 준범이의 쓸쓸함만 다루었다면 무척 무거운 느낌을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마음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소리가 들린다.."준범아, 노올자~~~" 이사왔다고 멀리 하는게 아니라 스스럼 없이 혼자인 준범이를 찾아와서 놀자며 집에 들이닥친 아이들이 너무나 반갑기만 하다. 아이들 먹으라고 만든 탕수육과 자장면을 창너머로 내미는 강희 엄마의 푸근함도 느껴진다. 맛난 자장면을 실컷 먹고 온집안이 쑥대밭이 되도록 날라다니면서 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나 정겹고 사랑스럽기만 하다. 작가는 이 모든 것을 말로 일일이 설명하는 대신 멋진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다. 얼마나 재미있게 놀았는지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는 일하고 늦은 저녁에 들어온 할머니께 준범이가 미주알 고주알 다 했을 게다. 표지안쪽의 그림까지 놓치지 않고 보게 만드는 그림 속에서 작가는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는 그 그림을 보면서 수많은 상상의 나래를 펴며 마음이 따뜻해진 준범이를 이해하게 된다. 전작에서도 작가의 가슴 따뜻함에 눈시울이 붉어졌었는데 이번 책에서도 낯선 곳으로 이사 온 준범이가 동네 친구들과 하나가 되는 과정에 미소를 짓게 만든다. 현란함 대신 따뜻함으로 정을 생각나게 하는 작가가 바로 이혜란이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