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증후군이란 질환이 있다.매일 매일 동화속을 보게 되는 신기하면서도 슬픈 증후군이다. 내가 그 증후군에 걸린 게 분명하다. 그런 게 아니라면 어떻게 아무것도 아닌 저 여자와 있는 모든 순간이 동화기 되는 걸까?.... 요즘 가장 인기 있는 모 드라마에 엘리스 증후군이라는 특별한 질환이 소개되었다. 정말 이런 병이 있는거야? 할 정도로 사람들을 매료시키면서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고 한다. 나 역시 드라마의 매니아가 되면서 드라마 속에 소개되는 책에 유독 관심을 갖고 있던 터라 소개된 출판사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를 다시 읽어보기로 했다. 어려서 이 작품을 읽으면서는 너무 정신이 없다고 생각했다. 엘리스가 만나는 여러 인물들의 말을 알아듣기도 힘들고 너무 바쁘고 도무지 다음 이야기를 종잡을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딸은 나와 너무도 달랐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갖고 있는 환상적인 모티브와 구조를 너무도 사랑한다. 판타지 매니아라서 그런걸까? 그만큼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지만 상상으로 모든 것이 가능할 것 같은 정체불명의 이상한 나라를 여행하는 엘리스가 되고자 하는 꿈을 여전히 갖고 있는 아이이다. 이번에 딸과 다시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를 읽으면서 얼마전에 보았던 영화의 장면과 삽화를 비교해보는 재미도 찾았다. 영화 속에서는 애벌레는 이랬고 고양이는 이렇게 사라졌는데 삽화는 이렇네 저렇네 하면서 말이다. 영화를 만들어 내는 감독이 작품을 재해석 하는 독창적인 감성을 가지고 있는 것에 감탄하고 드라마 작가가 작품을 절묘하게 드라마 속에 삽입하면서 극적 효과를 높이는 재치에 감탄하게 되지만 무엇보다 가장 감탄하게 되는 것은 초롱초롱한 눈을 뜨고 자신의 이야기를 기다리던 아이들을 위해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를 창조해낸 루이스 캐럴의 기발한 상상력이다. 어른이 되어서 다시 읽으니 어릴 때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제는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넌 듯 어려서 미쳐 느끼지 못한 동심에 대한 아련함도 함께 다가온다. 그리고 정신없이만 느껴졌던 말장난 역시 얼마나 위트있게 느려지는지 모르겠다. 드라마 때문에 다시 읽게 된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는 이미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버린 내게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천진난만했던 어린시절을 다시 느끼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