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울고 있는 녀석이 최기봉이 아닐까 추측했었다. 선생님한테 혼나고 녀석이 어디로 숨었나 하고 생각했더니 최기봉은 책 한쪽 귀퉁이에 험악한 인상을 하고 있는 나이든 선생님의 성함이었다. 아이들에게 따뜻한 미소는 전혀 보낼 것 같지 않은 험악한 인상의 나이든 선생님, 최기봉. 나이만큼 가르친 아이들도 많겠지만 선생님의 기억 속에 남는 학생은 단 한명도 없다. 그만큼 누구에게도 정을 주지 않고 차갑게 대한 것이 최기봉 선생의 교육의 나날들이었다. 만약 이런 선생님이 담임이라면~~하는 생각을 적잖이 하면서 최기봉 선생님이 영 못마땅했다. '공포의 두식이'라 불리는 형식이 현식이 같은 말썽꾸리기 친구들은 한교에 비일비재하고 좀처럼 자신을 표현하지 않아 존재감이 무색하고 답답하기까지 한 '걸레질의 여왕'공주리 같은 아이들도 만나기 쉽다. 그 아이들을 맡은 담임이 누구인가에 따라서 1년동안 아이들은 행복할 수도 있고 불행할 수도 있다. 그것이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이다. 1년간 어떤 사람이 담임을 맡는가에 따라서 우선은 죽었다 하면서 지내는 학부모들이 많은 것은 담임에 대한 의의 제기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을 뿐더러 아이의 학교생활이 힘들어지는 것은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최기봉 선생은 익명의 제자에게 한 통의 편지와 함께 최기봉이라고 적힌 칭찬도장과 벌도장을 함께 받게 된다. 누가주었는지 전혀 감을 잡지는 못하지만 최기봉 선생은 거침없이 도장을 사용한다. 그러던 중 칭찬 도장이 하나 사라지고 학교 곳곳에는 최기봉 선생의 도장이 사정없이 찍히게 된다. 범인을 찾기 위해서 결성된 도장 특공대의 구성원이 공포의 두식이와 공주리는 점차 선생님과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되는데... 도장을 찍는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 웃음으로만 마무리 될 것 같았던 이야기는 중반을 너머서면서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무뚝뚝하고 말보다는 주먹으로 감정표현을 하던 형식의 아빠가 학교의 박 기사 라는 사실, 두 사람은 부자지간이지만 서로에 대한 아픔이 깊어 늘 서먹하기만 했다. 엄마에게 버림 받고 돈 벌러 나간 아빠와도 지내지 못했던 형식은 부모에 대한 미움이 컸었다. 형식의 사정을 듣게 된 최기봉 선생은 처음으로 형식에게 자신의 불운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위안의 말을 건넨다. 또한 예상과는 달리 엉뚱한 곳에서 밝혀지는 도장 범인과 도장을 보낸 익명의 제자에 대한 진실이다. 도장 범인이 바로 공주리임을 넌즈시 알게 된 시점에서 최기봉 선생은 또 하나의 편지를 받게 된다. 어린 시절 자신의 존재감 없던 때를 생각하면서 자신과 너무도 비슷한 공주리에게 조금이나마 관심을 갖기를 바랐다는 내용의 편지였다. 왜 도장을 보냈는지 그 도장을 보낸 인물이 누구인지 밝혀지는 편지 한장은 이 책의 가장 큰 클라이맥스가 아닌가 싶다. 이 편지를 읽는 순간 만감이 교차하면서 눈물이 뚝뚝 흐르기 쉬우니 말이다. 학교에서 선생님을 대하는 아이들은 늘 똑같다. 자신을 바라봐주고 자신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주는 선생님을 원한다. 그러나 이러한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교육에 임하기는 쉽지 않다. 최기봉 선생 역시 자신의 불운한 어린시절의 상처때문에 누구와도 마음을 나누려 하지 않았던 무심함에 갇혀 있었고 그러한 선생님을 만났던 유선생 역시 사랑을 받지 못한 차가운 마음을 아이들에게 전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부모와 자식간의 교육도 중요하지만 선생과 제자간의 교육도 피할 수 없는 영향력을 서로 주고 받는다. 책을 읽으면서는 모두 아이들이 아닌 교사의 입장에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될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선생님들께 한 권씩 나눠주고 싶다는 생각도 문득 든다. 큰 변화는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마음을 열고 변화를 택한 최기봉 선생이 일년을 마무리하면서 홀가분하기 보다는 처음으로 아쉽다는 생각을 하게 된 그 느낌을 함께 느끼기 위해서 말이다. 누구의 이름과 같아서 약력부터 챙겨보았던 김선정 작가. 올해 읽었던 어린이 책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책이라고 손꼽게 될 것 같은 작품의 작가이다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마음 따뜻한 교사라고 여겨진다. 그의 다음 작품 손꼽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