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에 흐르는 인생] 길위에 흐르는 인생에는 늘 불안하고 안정되지 못하지만 방황하는 사람들의 처절한 진심이 흐른다. 지금은 고인이 된 리버 피닉스의 <아이다호>를 보면서 기면증에 걸려 불안한데도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엄마를 찾아 방황하는 모습에서 사랑에 대한 갈증이 느껴졌고, 황정민 주연의 <로드무비>에서는 동성애자로 사회에서 정착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인정받고 싶은 사랑에 대한 처절함이 느껴졌었다. 작품 속에서 기억되는 길위의 이야기는 무엇이 있을까? 탈북가족이 중국과 태국을 거쳐 리남행 비행기까지 오르게 되는 길위의 이야기가 인상적인 <리남행 비행기>가 떠오른다.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길 위의 인생을 놓치지 않고 방황 속에서 좀더 갈구하는 인생의 열정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을 다시 한번 담은 듯하다. 중종시대를 배경으로 조광조를 비롯한 역사적 인물이 더해지면서 사실감을 더하는 이 작품은 역사배경의 진실에서 힘을 얻어 시대는 다르지만 독자로 하여금 좀더 진실된 긴장감을 갖게 한다. 조생이라는 인물은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노복 황업산의 등에 업혀 자란다. 조생의 부모가 생을 마감하는 순간은 오래도록 조생을 기억하는데 끈같은 기억을 남긴다. 어렵게 얻은 향반의 자리를 유지하지 못하는 아비는 노름에 재산을 탕진하고 어미는 목숨을 스스로 끊는다. 목숨을 끊은 아내 앞에서 자식을 뒷간에 보내고 아비마저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니 어린 시절 조생의 기억 속에 부모의 마지막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악몽과 같은 트라우마로 남았으리라. 따뜻한 가정과 사랑이 고픈 만큼 자신의 온마음을 담아서 사랑했던 기화의 야심에 배반을 당하고, 향반이라는 신분에 걸맞지 않게 파릉군 이경과의 우애를 쌓는 부러움을 쌓기도 하고 당대 최고의 지식층이라 할 만한 정암 조광조로부터 배움을 얻지만 결국 당파싸움의 피바람에 이들을 등지고 그런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게 된다. 결국 조생은 명나라 연경 사행을 따라 조선을 떠나고자 한다. 길위의 나날이 시작된 것이다. 조선을 떠나 길을 걷게 된 원인은 사랑에 대한 배반과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의 결혼, 자신의 정신적 신념이었던 사람을 져버린 죄책감 등 모든 것이 성하지 못한 마음의 상처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길 위에서 과연 이 상처들이 치유될까? 조생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결과에 대한 집착을 했었다. 젊은 날의 통과의례처럼 우리들의 삶에 따르는 힘든 방황과 갈등의 시기를 이 사람은 어떻게 극복할까 하는 그런 집착 말이다. 그렇지만 인생은 늘 결과로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조생의 사랑을 통해서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길위의 여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만나고 자신의 인생을 다시 생각하고, 그리고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사람의 숭고한 희생과 사랑도 깨달으면서 그는 자신을 위한 또 다른 여정을 떠나게 되니 말이다. 그의 종착역이 어디인지 그건 아무도 모른다. 그렇지만 길위의 그의 여정이 정처없는 방황만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그가 길위에서 깨달은 삶의 진실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결코 가볍지 않은 소설이다. 조생에게 생명력을 부여하기 위해서 시대상을 연구하고 당대 인물을 작품속에 녹여내는 작가의 열정과 삶의 무게감을 느끼게 하는 깊이가 앞으로의 작품도 기대되게 하는 작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