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템포 쉬어가게 만드는 그림과 동시가 맛나다] 생활속에서 시집을 읽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주로 스토리 중심의 서사 문학에 익숙해진 탓도 있겠지만 시집 속에 담긴 축약의 의미를 되새기기에 현대 사회는 너무도 빠르게 변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는 빠른 템포의사회에 적응하기 보다는 한걸음 늦게 천천히 걸으면서 세상을 음미할 줄 아는 여유를 가르쳐주고 싶다. 동시는 아이들에게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장르가 아닌가 싶다. 시작 활동보다는 유명한 동화의 삽화를 그린 그림작가로 더 알려진 김환영 작가의 동시집이라고 해서 약간 낯설었다. 알고보니 격월간 동시 전문지 <동시마중>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한다고 한다. 그동안 동시와 시화를 함께 했다고 하니 어찌보면 글로만 전하는 동시보다는 글과 그림이 함께 주는 시너지 효과를 안고갈 수도 있겠구나 생각해본다. <개구리 모내기> 빈 논에 물을 대면, 호르르륵 산을 넘고 개울개울 물을 건너 달 따러 가지요 별 따러 가지요 빈 논에 물을 대는 것이 어떤지 개울을 건널 때 들리는 물소리가 어떤 것인지 아이들은 알 수 있을까? 작가의 동시집에는 도심의 내음보다는 시골의 한적한 마을과 자연의 이미지를 찾는 편이 훨씬 쉽다. 혹은 도심 한가운데라도 버려지고 소외당하는 길거리의 풀한포기에 대한 관심을 찾는 것이 빠르다. 중간중간 작가의 삽화는 정서를 더 순화시키고 시집을 읽는 중간중간 또 쉬어갈 수 있는 쉼터를 만난 느낌이 든다. 삽화가 주는 효과가 이런 것이었나? 내용과 걸맞는 그림인가 아닌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잠시 쉬어가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는 걸 배운다. 처음처럼 너무 빠른 템포로 사는 아이들에게 쉬어갈 수 있는 여유를 가르쳐주는 것 같다. 작가의 작품에는 유독 고양이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추석> 어미 고양이 어디 가서 북어 대가리도 물어 오고 날고기도 물어 오고 부침개도 털레털레 물어 오고, 양지 녘 새끼 고양이들 고깃점 하나씩 입에 붙이고 씹었다 뱉었다 쥐잡이 시늉하며 빈집 마당에서 와릉와릉 논다 북쩍거리고 바쁠 법도 한 추석의 풍경을 고양이로 표현하다니 재미있다.고양이도 추석맞이를 하려는지 이곳저곳에서 하나씩 물어나르는 모양새가 우습기도 하다. 이 빈집은 아마도 고양이 식구들이 추석맞이를 하는 장소렸다~. 고양이가 주는 느낌 또한 빠른 템포가 아닌 봄날의 낮잠같은 이미지이다. 한가로운 농촌의 담벼락 귀퉁이에서 졸고 있는 고양이를 보면 아이들은 분명 눈을 마주치고 가만가만 조는 고양이의 눈꺼풀을 볼테지...여유로움과 한가로움, 그 속에 한가한 시골집의 정취까지 느껴지는 듯한 작가의 작품이 맛깔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