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제국 가야 - 잊혀진 왕국 가야의 실체
김종성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토속세력과 외래세력의 융화, 그 흔적을 더듬다] 

 

역사는 항상 강자의 역사로 기록된다고 한다. 그래서 몰락한 나라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한 나라의 역사가 기록으로 남게 되고 잊혀진 나라의 역사는 남겨진 이들에 의해서 풀이되고 전해지기에 왜곡되거나 소실된 부분이 많아진다.  

아시아에서 가장 크다는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보면 가야의 역사유물은 극히 소수만 전시되어있다. 삼국으로 가기 전 관문에 가야가 잊혀진 점처럼 여겨진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중앙박물관의 가야관을 둘러보면서 늘 이상하게 생각했던 것이 있다. 가야의 철갑옷과 유물을 보면서 결코 떨어지지 않는 기술과 문화를 가지고 있는 나라임에도 왜 그렇게 금방 신라에 종속되었는지 무척 궁금했다. 백제 역시 세련된 문화와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삼국 가운데 가장 먼저 멸망하였기에 남겨진 자료가 없는 것처럼 안타깝기는 매한가지이다.  

그런 가야에 대해 처음 정보를 접한 것은 김수로와 허황옥에 대한 이야기였다. 학창시절 구지가를 통해서 알게된 가야왕 김수로와 허황옥은 한반도가 아닌 다른 곳에서 온 사람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역사적 사실이 문헌이나 유물을 통해서 추정하는 경우가 많기에 늘 연구를 거듭해야 하지만 한반도 내의 인물이 아닐 가능성에 대해서는 놀라웠다. 우리가 늘 내세우는 한민족의 그것과도 상반되기도 하고 이미 가야 때부터 다른 나라와의 교류와 영향이 활발했다는 사실도 그렇다. 

김종성 작가의 [철의 제국 가야]는 부제처럼 잊혀진 왕국 가야의 실체를 밝히고자 했다. 그동안 수집한 가야에 대한 자료와 연구를 통해서 가야를 해부하면서 동아시아 고대사에 놀랄만한 사실을 담아냈다. 중국 문명의 기초를 다진 한나라의 역사가 김수로 조상에 의해 형성되었다는 주장이나 우리나라는 결코 한민족이 아니라는 사실 등이 그러하다.  

과연 우리는 하나의 민족일까? 늘 자랑처럼 내세우던 단일민족국가라는 점은 나라의 결집력을 형성하는데는 그만이지만 반면 다른 민족에 대한 배척감을 키우는데 한몫을 차지하기도 했다. 다문화가정이 많아지는 현재는 단일민족의 기치를 내세우기 보다는 다른 민족에 대한 이해와 융화를 가르치고 있는 것을 보면 시대의 변화가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과연 우리나라는 늘 단일민족국가였을까? 발해의 지배층이 고구려인이고 피지배계층이 말갈족이라는 역사를 배우면서도 과연 단일민족인가?라는 의문을 가졌던 기억이 난다. 작가는 나의 그런 일련의 의구심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주고 있다. 우리는 결코 단일민족은 아니라는 것이다. 가야와 같은 한국 고대왕국들은 건국과정에서 토착세력과 외래세력이 연대하여 나라를 세우거나 토착세력이 와해디지 않고 오랫동안 영향력을 유지했다고 주장한다.  

그의 이러한 주장은 김수로와 허황옥, 석탈해의 이야기를 통해서 설명된다. 건국이전 가야는 9가야 체제였는데 김수로의 등장과 함께 6왕 체제로 된다. 이 과정은 철기가 확산과 더불어 새로운 민족이동이 일면서 가야가 새로운 문명을 가진 집단과 결속을 하는 과정으로 해석한다. 다음에 외래세력으로 등장하는 석탈해는 김수로에 미치지 못했기에 사로국으로 넘어가게 되고 김수로의 부인이 되는 허황옥 역시 외랙구인 아유타국의 여인으로 추정한다.  

 

여기서 허황옥이 어느 나라 사람인가 추정하는 과정에서 김수로왕의 무덤인 남릉신문에 새겨진 쌍어문에 대한 것이다. 두마리의 물고기가 서로 마주보고 있는 형상의 쌍어문 모양이 가장 많이 나타나는 곳은 바로 인도와 파키스탄 등지라고 한다. 이곳에서는 심지어 자동차의 문양으로까지 사용된다니 허황옥의 나라를 이곳으로 추정할 수 밖에 없는 이유로 충분히 납득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따라가다보면 가장 민감하게 부딪히는 부분이 바로 건국과정에서 외래 세력의 유입과 토착세력의 접목이다. 단일민족이라고 무조건 주장하고 내세우기보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여러민족이 영향을 서로 주고받는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가야는 오랜 시간 지속된 나라는 아니지만 그 영향력은 지금까지 이어져온다. 우리나라 성씨의 10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김해 김씨는 김수로의  후손이다 .가야는 망했지만 그 후손은 신라에 자리를 잡아 왕위까지 차지하게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표적인 명장으로 김유신이 있지 않은가? 가야에 대한 역사적 자료가 많지는 않지만 지워진 역사의 흔적을 통해서 가야의 위상을 새로이 찾아가는 과정은 신비한 체험이었다. 예전에 누군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백제는 거대한 거인의 발자국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만큼 남겨진 자료의 미비함에 비해 고대국가의 위대함을 예상한 것이다. 가야 역시 백제에 못지 않은 나라였을 것이다. 지금 남겨진 자료만으로도 그런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고대국가에서 결국 남는 것은 군사력이 강한 나라들이었지만 이들의 문명 속에는 이미 멸망했지만 찬란한 문화를 꽃피운 나라의 그것이 모두 흡수되어 있다. 그래서 역사 속의 모든 것에는 단 하나가 아닌 많은 것들이 융화되고 변화된다고 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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