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몽
황석영 지음 / 창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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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아무 정보 없이 제목과 작가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강남몽과 황석영, 그 둘의 조합으로 강남을 둘러싼 일장춘몽같은 이야기들이 펼쳐지지 않을까 짐작만 할 뿐이었다. 이야기의 초반부터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잊혀졌던 기억 가운데 매우 끔찍하게 남아있는 90년대 중반의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강남에서 성수대교만 지나면 제일 먼저 나오는 강북의 고등학교, 그곳을 다니던 내게는 남들보다 아픈 기억이 있다. 같은 반은 아니지만 그래도 얼굴을 한번쯤 보았음직한 친구들이 성수대교 붕괴로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리는 일을 경험해야했기 때문이다. 그 때의 충격은 정말 잊을 수가 없다. 세상에 있을 수도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었다. 멀쩡하던 다리가 하루아침에 무너져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으니 말이다. 그 일과 맞물려 다음 해에 있었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마치 한쌍의 바퀴벌레인 것 마냥 꾸물거리는 더럽고 아픈 상처로 기억된다. 비록 나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이 얼토당토 않은 사건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소설 초입부터 강남 한복판에 있는 백화점이 무너졌다는 이야기에 잊고 있었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작가가 이끄는대로 강남 한복판에서 벌어지던 역사의 한자락에 이끌렸다. 백화점 붕괴로 잔해 속에 깔려 숨죽이는 박선녀는 여상을 졸업해 화류계에 몸을 담고 새끼 마담 역할을 하다가 김진의 후처로 보란듯한 강남가의 상류층이 된 인물이다. 구조를 기다리는 그녀의 이야기를 뒤로 다음 장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어디가 어딘가 한참을 헤맸다. 일제강점기로 건너뛰면서 헌병대 밀정 노릇을 하는 김진이라는 인물이 주가 되었다. 해방이 되면서 제주 4.3항쟁을 진압하고 여수항쟁 진압은 물론 박정희 구명 활동 등등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에 연루된 인물이다. 적당한 시점에 정치생활을 청산하고 김진을 강남에 터를 잡는다. 여러 정보에 의해 강남이 앞으로 노른자 땅르로 개발가치가 높은 부동산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야기 말미에 등장한 박선녀 때문에 이야기 연결고리가 이어진다. 이 외도 강남 개발 시기에 부동산 투기로 큰 돈을 버는 심남수, 강남 일대의 클럽을 손봐주는 조직폭력단, 그 가운데 공사판을 돌면서 묵묵히 일상을 살아가는 소시민이 등장한다.

 

강남을 둘러싸고 돈냄새를 맡고 몰려드는 탐욕스러운 사람들과 정치권력의 결합, 그 사이에서 또 다른 틈을 찾아 자리를 잡는 조직폭력배, 그러나 언제나처럼 다수를 차지하면 묵묵히 일하면서 사는 소시민을 보여주면서 강남을 둘러싼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책을 읽는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모습을 투영할 수 있는 대상은 누구일까?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설속에 나열된 부동산 투기자들에게 분노의 하이킥을 날리고 싶은 마음일게다.

 

지금 우리집에서는 아주 작게 한강이 보이고 잘 산다는 강남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산동네 주택가를 허물고 아파트를 짓는다고 연신 땅을 파내고 있다. 강남몽이라고 해서 강남의 투기 역사만 한눈에 보이는 듯했지만 어쩌면 이건 강남만의 이야기는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낙후된 곳은 없어지고 점점 아파트는 많이 생기지만 서울 한복판에 내 집이 없어 눈물 흘리는 사람들은 아직도 많으니 말이다. 누구를 위해 개발을 하고 아파트를 지어올리는 것인지 어찌 반문하지 않을 수 있는가?

 

얼마전 지방 선거를 통해 민심을 드러냈다고는 하지만 현 정권에 대한 비판의 칼날을 무마시킨 곳이 있었다. 일명 부자동네라고 하는 강남지역. 이 책을 읽다보면 언제부턴가 강남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권력의 기득권층에 호의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넌즈시 알 것도 같다.

 

그렇지만 영원한 것은 없다고 하지 않던가? 물론 전조는 있었지만 설마라면서 예상치도 못한 백화점 붕괴사고, 물론 그 사건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죄없이 죽어갔지만 작가는 소설 속에서 박선녀와 임정아를 통해 선의 승리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닌가 싶다. 소시민의 정직한 삶이 결국에는 승리할 것이라는 그것 말이다.  땀흘리고 노동하지 않는 자들이 얻는 일확천금은 꿈과 같이 사라지기도 쉽다. 허나 아직도 떵떵거리고 사는 사람들이 많아 맘이 뒤틀리기는 하지만 땀흘리며 노동하는 소시민의 진실된 삶이 언젠가는 빛을 받으리라 믿으며, 그리고 확신하며 다시 한번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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