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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진이다 - 아주 특별한 나에 대한 상상 ㅣ 마르탱 파주 컬렉션 3
마르탱 파주 지음, 강미란 옮김 / 톡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두려움을 간직한 소년의 이야기]
"아악~~나 아파요..너무 무서워요."
어린아이가 곁에서 비명을 지르면서 도와달라고 하지 않으면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이게 무자비한 현실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우린 너무도 많은 소리로부터 귀를 막고 살아간다. 우리가 듣지 못하는 소리 가운데 어린아이의 절규가 있다면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우린 과연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이 작품을 읽고 문득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내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면 너무도 무관심해지는 사람들에게 소설 속의 아이는 소리치고 있는 듯한 착각도 들었다. 지구상에는 나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내게 일어나지 않기에 분쟁과 내전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멀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막상 텔레비전을 통해 고발되는 현실을 대하면 참 마음이 무겁다. 그런 무거운 마음이 외면하던 양심이 보이는 최소한의 예의인지도 모르겠다.
소설속의 '나'역시 전쟁이 한창인 나라에서 태어났다. 그 전쟁의 원인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고통받고 산다는 것은 분명하고 그 고통이 상처로 남아있다는 것도 분명하다.
....어느 나라엿냐고? 무슨 전쟁이었냐고? 누가 누구랑 싸우는 전쟁이었냐고? 미안하지만 이런 질문에는 대답하고 싶지 않다. 중요한 건 내가 '사람들은 전쟁도 물건처럼 대하네'라고 생각했다는 거니까....어쨌든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전쟁이 '나의' 전쟁은 아니었다......(본문 p8중)
전쟁의 상처를 입었지만 '나'는 양부모를 만나 전쟁과 상관없는 평범한 삶을 살게 된다. 아니 살게 된다고 믿었다. 적어도 자신에게 미세한 떨림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자신을 둘러싼 미세한 떨림에 대해서 주치의는 '지진'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세상에나 인간이 지진이라니...이러한 설정에 독자는 적잖이 당황하게 된다. 나 역시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난감했었다.
그러나 그 이후의 상황이 '나=지진'이라는 공식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해주고 있다. 자신 때문에 주변에 미세한 혹은 거센 지진이 일어나게 되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불행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나는 도피를 선택한다. 모두로부터 사라지는 길이 불행을 막을 수 있는 길이라고 여긴다. 이것은 결국 전쟁으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도 또 다른 상처를 줄 지로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회속에 어울리지 못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그러나 작가는 지진을 일으키는 나를 그냥 버려두지 않는다. 자신에 대한 관심을 주변으로 돌리면서 서서히 지진이 잦아들게 된다는 설정을 부여했다. 결국 마음의 상처를 받은 사람이 치유를 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삶을 보아야 한다는 또 다른 표현이 아닌가 싶다. 마지막에 '나'에게서 지진이 일어날 기미가 보이면 '물속'으로 뛰어들라는 처방이 무척 재미있다. '나'를 위해 집과 동네, 학교 곳곳에는 작은 욕조들이 마련된다. 지진(두려움, 공포)이 찾아들면 물에 뛰어들라는 해결책은 결국, 우리의 두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엄마의 자궁 속의 물에서 느끼던 그 편안함, 순수한 자신에 대한 사랑 바로 그것이라는 얘기가 아닐까 싶다.
말도 안되는 설정이라고 생각했지만 읽다보면 작가의 기발한 설정과 그에 내포되어있는 인간 자신에 대한 고민과 두려움, 상처 ,그것을 치유하기 위한 방법 등에 대해서 깊은 성찰을 해보게 된다. 그러면서 나를 위주한 삶에서 나와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까지 진실된 관심을 갖게 만드는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