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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고양이 요루바 1 : 약속 ㅣ 만화로 읽는 철학통조림 1
김용규 지음, 소공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철학통조림의 내용을 이렇게 쉽게 만나다니>
중학생 조카를 두고 있어서 아이들에게 철학통조림이라는 책을 권한 적이 있다. 평소 책을 많이 읽지 않는 아이였지만 철학을 다룬 책치고 쉽게 읽히는 편이라서 아이도 만족스러워하리라 여겼기 때문이다. 몇 권의 책으로 출시된 철학통조림은 어려운 철학을 청소년의 입맛에 맛도록 구성하도록 애쓴 책이라는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철학통조림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만화로 출시된 것이다.
사실 책제목은 둘째치고 삽화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눈길이 가던 책이었다.그동안의 학습만화는 천편일률적인 그림구조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 책은 캐릭터가 인상적이고 선이 굵은 것이 한편으로는 수묵화 느낌이 나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제목을 가만 살피니 소제목에 <만화로 읽는 철학통조림>이라고 씌어있는 것이 아닌가?
어려운 내용을 만화로 엮는다고 할 경우 보통 두 가지 패턴의 책을 만나게 된다. 내용을 너무 단순화 해서 책의 분량에 비해 얻을 것이 적던가 혹은 만화만 도용했지 줄글을 그대로 담아서 어렵기는 마찬가지인 경우이다. 이 책은 그점에서는 적정선을 잘 갖춰 너무 많은 내용을 욕심내서 담지도 않으면서 핵심을 아이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배경도 참 특이하다. 주인공 달나라가 이사온 마을에서는 동물들이 이야기를 한다. 사람과 대화도 하고 인사도 하고..사람이 되고 싶은 동물들은 한달에 한번 보름달 학교에 모여 호랑말코 선생님에게 수업을 듣는다. 주인공 달나라의 애완고양이 요르바도 이곳에 오면서부터 말을 하고 보름달 학교 수업도 듣게 되는데 호기심 많은 달나라가 몰래 갔다가 거짓말을 하는 바람에 고양이로 변하게 된다. 요르바는 달나라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약속을 지켜야 하는 세가지 이유를 찾게 되는데...
1권에서는 약속에 대해서 아이들에게 알려준다. 사람이 되고 싶은 동물들이 약속을 지켜야 하는 세가지 이유를 찾는다는 설정에서 출발하여 약속을 왜 지켜야 할까에 대해 생각하도록 만든다. 사람들이 쉽게 하고 쉽게 어기기도 하는 약속은 왜 생겨났을까?의문을 시작하면서부터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고민하는 과정을 겪게 된다.
동물들이 약속을 지켜야 하는 이유를 말하는 과정에서 다른 등장인물과 책을 읽는 어린이들은 그 논리적 설명에 자연스럽게 동조하며 배우게 된다 .과거 윤리시간에 달달 외우던 것이 이렇게 쉽게 익혀지다니..사실 아이들 학습만화인데 풀이 과정에 살짝 놀랐다. 어려운 키케로의 <의무론>, 몽테스키외의 <페르시아인의 편지>가 언급되지만 전혀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를 알고 싶다면 직접 아이들과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이렇게 쉬운 철학공부라면 전혀 부담없이 아이들이 사색하게 되지 않을까? 철학통조림의 내용이 학습만화라는 형식을 만나 초등학생들에게도 철학이 쉬우니 학문으로 다가갈 것 같다.
참 마지막 부분에 약속을 지켜야 하는 이유 3가지를 다 말하고 난 뒤 요르바는 사람이 되는 선택을 할까? 아니면 달나라를 다시 사람으로 돌아가게 해줄까? 그순간 요르바의 선택을 통해서 아이들은 1권 약속이 들려주는 철학적 의미들을 정서적으로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