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 작은 연못~ 예쁜 붕어 두 마리..."   


익숙한 노래가 울려 퍼지는 이 영화는 작은 연못의 아름다움보다는 싸움으로 얼룩진 아픈 기억을 담고 있다. 영화를 보러 가기 전에 아이와 함께 노근리에 대한 책을 보았다. 사계절에서 나온 <노근리, 그해 여름>..아이들 책이어서 많은 부분이 가려져 있지 않겠나 싶었지만 어른인 내가 봐도 끔찍하고 생생한 묘사에 연신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이가 책을 읽기는 했지만 영상으로 그려진 장면에 대해서 미리 함께 이야기를 나눠야만 했다. 

 아이들에게 전쟁이란? 먼 곳의 일이다. 60년 전 우리 나라에서 남과 북이 함께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했다는 사실이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교과서나 역사 책 속에서 배우는 그냥 사건의 한 조각일 뿐 현실과는 분명 거리감이 있다. 아이만 그런가? 전쟁 세대가 아닌 나 역시 아이와 다를 바가 없다. 그렇지만 역사의 한 조각을 공감하고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천지 차이이다.  

1950년 6월 25일 전쟁이 발발하고 한 달이 지난 시점 충북의 노근리에서는 무고한 양민이 대량학살 되는 끔찍한 사건이 일어난다. 미군이 이끄는대로 남으로 피난을 가고자 했던 많은 사람들은 전선을 넘지 못하게 하라는 명령에 의해서 무참하게 총알받이가 되고 만다. 그 총을 쏜 사람은 철썩같이 아군으로 믿었던 미군들이었다. 영화 속에서도 사람들을 죽여야 하는가마는가에 대한 약간의 갈등이 나오기는 하지만, 결국 미군은 많은 사람들에게 총질을 하고 노근리의 사람들은 쌍굴에서 죽어가야만 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이다. 살아남은 노근리의 사람들이 잔인한 역사의 기억을 안고 숨죽여 살던 나날들을 묵인하고 그에 대한 아무런 해명도 인정도 하지 않는 정부와 미국의 안이한 입장이 그것이었다. 노근리 사건을 기사화 하면서 이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그제야 많은 사람들이 증언을 통해 진실을 밝히려고 했다.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사건이 일어난지 55년이 흐른 2005년 드디어 노근리 사건에 대한 정부의 시인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이 곳 사람들에게 대한 진상규명과 대책은 미비하다고 할 수 있다.  

한 쪽 눈을 잃은 후, 다시는 거울을 쳐다보지 않고 산다는 할머니, 얼굴의 반쪽이 날아가 사람들을 피하고 숨어서 살았다는 아저씨의 이야기..지금 이야기를 전해주는 이들은 당시 고작해서 8살 10살이나 되었으려나..개인주의가 만연한 지금, 이들의 이야기를 타인의 이야기로만 치부하기에는 양심이 허락치를 않는다. 힘없고 억울한 그 사람들은 동시대 우리와 함께 숨쉬는 우리의 이웃이기 때문이다. 

노근리 이야기를 통해서 딸 아이는 과연 무엇을 느꼈을까? 전쟁을 통해서 누가 나쁘고 좋고를 떠나서 얼마나 죄없는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야 하는지 그 부당함을 깨닫지 않았을까? 보는 내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너무도 순박한 그들은 바로 우리 자신이었고, 그동안 이들이 흘렸을 감춰진 진실의 답답함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진실을 알리기 위한 이 작품을 위해서 돈 한 푼 받지 않고 함께 일한 수많은 사람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영화상영 조차도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이 모아져 행해진다니 이런 영화야 말로 진정 국민의 힘으로 만들어진 국민영화가 아닌가 싶다. 멋진 영상을 기대하지는 말라. 화려한 CG도 기대하지 말라. 대신 이 영화는 헐리우드의 대작들과는 비교도 안되는 우리 민족의 힘이 담겨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