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빨강 창비청소년문학 27
박성우 지음 / 창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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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되지 않은 존재의 가치를 찾아,10대를 위한 멋진 시집]

 

 

바람이 분다. 인생이라는 나무에 부는 수많은 바람 중에서도 청소년기에 맞이 하는 바람은 유독 매섭고 독한 것 같다.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된 다음에 기억을 해봐도 매한가지인 듯하다.

 

이미 지나온 시간이라고 하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해버린 세대 차이는 극복하기 쉽지 않은 딜레마가 된다. 그래서 부모가 된 지금 내 아이들과 헤쳐나가야 하는 시간의 골이 얕지만은 않다. 혹 잠겨버릴지도 모르는 대화의 창을 늘 열어두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과 이해의 시간이 필요하다. 10대를 이미 지나온 기성세대가 지금의 10대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그들을 그린 현재의 작품을 만나는 것은 중요한 부분이다.

 

소설은 여러 작품을 만났지만 시집은 생소했다. 평소 시집을 거의 접하지 않기에 낯설기도 했지만 청소년 시집이라는 말자체가 낯설기도 했다. 물론 그들의 이야기를 그렸겠지만 사실 기대감이 그리 크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어려운 미사여구를 추구하지 않는 작가의 진솔함 때문에 한편 한편 읽을 때마다 지금의 10대와 내가 지나온 과거의 10대가 오버랩 되면서 공감할 수 있었다.

 

'어라~ 이건 내 이야기인데...'

초록이 아니라 연두. 연두..그렇게 연두가 좋다고 말하던 내가 갖고 있던 생각과 어찌 이리도 비슷할까? 진하지 않고 밋밋한 듯한 그 색이 갖고 있는 다양성에 설레었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음에 놀랐다. 청소년을 대표하는 두 가지 연두와 빨강. 어디에서 속하지 못한 밋밋한 불안감이 오히려 수많은 미래의 다양성을 상징할 수 있다는 점과 이 시기에 더 강렬한 자아정체성을 갖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아직은 연두'와 '난 빨강'이라는 두 시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기말고사를 보러간 학교에는 고릴라가 교실을 비스킷처럼 먹고, 능구렁이가 선생님들을 가로막고 염소가 시험지를 먹어치우기에 하는수 없이 놀다가 집으로 왔다는 (신나는 악몽) 시에서는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 이들만이 꿈꿔봄직한 악몽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한참 외모에 관심있는 10대 아이들에게 머리만 빗냐고 잔소리만 해대는 (대체 왜 그러세요)시에는 그들을 이해못하는 성인을 향해 대체 왜 그러냐며 하이킥을 날리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답답한 마음을 이렇게 명쾌하게 표현했냐며 반가워하고 기성세대 입장에서는 지나간 10대 시절을 되돌아보며 잊고 있던 기억의 바닥에서 다시금 10대의 감성을 끌어올 수 있는 것 같다. 시에 대한 편견때문에 따분하지 않을까 했는데 의외로 한편 한편 맛깔스럽고 청소년들의 심리를 잘 담아낸 정성에 청소년시집이라는 장르에 대한 기대감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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