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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꾼 릴리 ㅣ 미래아이문고 11
라셸 코랑블리 지음, 박창호 옮김, 줄리아 워테르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제대로 싸우는 기술이 숨은 책]
책표지와 제목만 보고는 학교에서 벌어지는 폭력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다. 요즘은 학교나 가정의 폭력에 대한 책이 적지 않게 나오니 아무래도 자연스레 그쪽으로 먼저 생각이 쏠린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한 싸움이 아닌 정말 꼭 해야 되는 싸움의 기술을 가르쳐준다. 그것도 어린 아이들에게 어떻게 이야기해 줘야 할지 난감했던 정치와 전쟁, 그리고 인간에 대한 부분까지 합쳐서 말이다. 단순한 싸움을 생각했던 나로써는 그 깊이와 풀어내는 방법에 대해서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책이었다.
도대체 왜 싸우는지 그 이유도 불분명하지만 릴리는 여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싸움꾼이다. 아이들에게 왜?라는 질문을 하는 대신 먼저 주먹이 나가고 남에게 지기 싫어서 결코 질 수 없다는 생각으로 싸우는 릴리. 이런 릴리에게 낮선 곳에서부터 새로운 변화가 찾아오게 된다. 체첸이라는 낯선 곳에서 전학은 온 아슬란 때문이다. 프랑스 말이 서툰 아슬란은 놀림감이 되기 십상이지만 화를 내거나 도망치는 대신 아이들을 받아들이고 남을 이해하는 태도를 먼저 보인다. 달려드는 릴리를 겁내는 대신 이해하려고 다가섰기에 릴리에게는 정말 신기하고 새로운 녀석이 아닐 수 없다. 때문에 아슬라니 도망쳐온 체첸이라는 나라와 아슬란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다. 체류 허가증이 없다는 이유로 프랑스에서 내쫓겨야 하는 아슬란 가족을 위해서 아이들과 함께 피켓 시위를 하면서 릴리는 정말 싸워야 하는 대상이 무엇인지 제대로 싸운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그동안 막연하게 힘으로 아이들을 때려눕히던 릴리가 더 이상 아닌 것이다.
얼마전 청소년인 모의 인권이사회가 진행된 소식을 접하면서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참으로 낯선데..라는 생각을 했었다. 만약 우리나라라면 릴리처럼 피켓 시위를 하는 아이들에게 선생님과 부모님은 어떤 태도를 취했을까?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프랑스에서는 결코 예상하지 못했던 행동을 하는 선생님과 부모에게 더 감탄하게 된다. 아이들을 무작정 막고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행동은 언론에 알리고 비호권이 있다는 것도 알려주었으니 말이다.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이 아닌 토론 교육이 일반화된 나라라서 가능한 대처일까 문득 생각해 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에게 다소 다가가기 어려운 인권과 전쟁 등에 대한 것은 물론 인권을 지키기 위한 새로운 싸움의 기술도 배우게 된 듯하다. 사실 어린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읽으면서 상당부분 반성하는 부분이 있을 듯하다. 새로운 싸움의 기술, 정말 우리 사회에서는 필요한 부분이 아닐런지...책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것은 제목에서 였다. 이런 내용을 단순히 학교 폭력 등으로 오해할 수 있었기에 말이다. 좀더 많은 어린이들과 어른들이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