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가야, 천천히 천천히 ㅣ 뜨인돌 그림책 16
케이트 뱅크스 지음, 허은실 옮김, 게오르그 할렌슬레벤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세상을 향해 나가기 전에 더 가르쳐 주고 싶은 부모 마음]
여우는 어미 곁에서 성장하지만 자립할 수 있을 때가 되면 어미와 더이상 함께 살지 않는다. 조금은 서글프기는 하지만 어미 여우는 철저한 독립을 위해 아기 여우를 가르치고 훈련시키며 자연 속에서 혼자 살아갈 수 있는 강인함을 길러준다. 그리고 더 이상 어미의 손길이 필요치 않을 때는 매몰차게 몰아낸다고 한다. 세상을 향해 나가기 전까지 아기 여우를 가르치는 어미 마음이 이 그림책 속에 숨어 있다.
부모 곁에서는 늘 세상을 향해 눈길을 보내는게 보통이다. 어디 동물만 그러는가? 안락한 부모 곁에 있을 때는 언제 어른이 되나? 언제 독립해서 내 마음대로 살아보나? 철없는 때에는 이런 생각을 하지만 막상 어른이 되어 분가를 하게 되면 그 마음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세상을 향한 불안한 기대감이 가득하게 된다.
그런 자식들을 위해서 늘 부모는 하나라도 더 가르치고 도와주고 싶어한다. 이 그림책의 엄마 여우도 굴밖으로 나가고 싶어하는 아가에게 조금만 더 기다리라고 하고, 혼자 먹이감을 찾는 법을 가르치면서도 조금 더 연습할 시간을 갖게 하고,울부짖는 개들을 피해 좀더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가는 지혜를 가르친다. 그리고 마침내 혼자 사냥을 하고 음식을 먹고 자신을 지킬 수 있을 때가 되었을 때,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가라고 말해준다.
아주 짧은 그림책이지만 세상을 향해 나가고자 하는 아기 여우를 위해서 기다림을 가르치고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모습에서 부모의 한결같은 마음을 엿볼 수 있다. 헤어짐이 또 하나의 만남을 약속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떠나가는 아기 여우의 발걸음에서 씩씩함을 느끼게 되는 걸까?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서 언젠가 너희도 엄마 아빠 곁은 떠나서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살게 된다는 말을 함께 들려줄 수 있었고 읽으면서 유화톤의 인상적인 그림이 오래도록 기억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