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문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26
앙드레 지드 지음, 이충훈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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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사랑 그 중간은 과연 없었을까?] 

중학교 1학년 때로 기억된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넘어갔을 뿐인데 내 생활에 정말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수업시간마다 들어오는 과목선생님, 학생들에게 존댓말을 해주는 분위기 등등. 그런 가운데 마음 맞는 친구들을 만나서 청계천 헌책방을 누비고 다니면서 처음으로 자의적인 독서를 시작했던 것 같다. 그전까지 읽을만한 책을 구경한 적이 없었던 듯하다. 학교에는 도서관도 없고 학급문고는 장식용으로 채워져 자물쇠가 걸려있는게 고작이었으니 말이다. 

친구의 집에 들러서 그 집 거실 책장에 가득 꽂혀있던 세계명작은 사춘기 무렵의 내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해서 빌려읽기 시작한 덕분에 앙드레 지드의 [좁은문]도 만날 수 있었다. 당시 내가 이해하기에 이 책은 너무도 어렵고 답답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40이 가까이 된 나이에게 똑같은 책을 읽었을 때 나는 어떤 느낌을 가질까? 라는 의문이 가장 먼저 들었다. 

누군가 책도 적당한 시기에 읽어야 그 느낌을 제대로 받을 수 있고, 연령이 달라지면서 읽으면 연륜만큼 느낌도 상당히 달라진다고 했던 것 같다.  학창시절 읽었던 좁은문과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읽는 좁은문은 분명 달랐다. 어렸을 때는 좁은문이 너무도 음침하고 답답하게만 느껴졌었다면 지금은 그렇게 밖에 표현할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의 판단도 어느정도 공감하는 여유로움을 갖게 된듯하다. 

현실을 떠난 종교를 생각하는 것은 지금도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학문적으로만 존재할 종교가 아니라면 현실과 동떨어진 종교는 이미 진심이 멀어진 것을 수도 있다. 좁은문의 주인공 알리샤와 제롬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지만 종교의 문앞에서 갈등하는 알리샤는 결국 좁은문으로 들어서기 위해 자신의 사랑을 멀리한다. 그렇게해서 이들이 생의 마지막 순간에 맞이하게 되는 사랑의 의미는 행복하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처참하다. 사랑하였기에 행복했던 것이 아니라 현실을 넘어 종교적인 가치만을 추구했기에 결국 아픈 사랑과 생을 맞이할 뿐이었다. 현실보다 숭고한 것이 종교라고 할 수 있을까? 지지고 볶는 수많은 시간들이 모여 땀냄새 사람냄새 나는 순간이 인간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인생이고 최고의 가치를 누리기에 사후 세계나 혹은 종교적인 이상향에 대한 가치보다 숭고할 수 있다. 

지금 세대에게 지드의 좁은문은 이해할 수 없는 사랑의 방식으로 여겨질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 사랑의 방식도 가치관도 시대에 따라서 많이 변하기에 이들이 종교 문앞에서 갈등하면서 외면했던 사랑의 방식도 들여다볼 필요는 있다고 본다. 감정에 너무도 솔직해서 잠깐의 사색하는 시간도 벌기 힘든 세대들에게 과연 종교와 사랑 그 중간은 과연 없었을까?라는 의문을 자아낼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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