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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말이지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6
멕 로소프 지음, 박윤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운명, 피하지 말고 선택하렴]
외국의 청소년 성장소설과 우리나라의 청소년 성장소설은 정서적인 면에서 다소의 차이를 보이는 것 같다. 물론 커다란 맥락은 역시 불안정하고 불완전한 과도기인 이 시기의 방황과 내면의 갈등, 성장통이 주이기는 하지만 이것을 받아들이고 풀어가는 과정에서 정서적인 차이를 갖게 된다.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나니 난 한마리의 벌레가 되어 있었다는 끔찍한 설정에서 시작되는 카프카의 변신은 청소년기의 나에게는 커다란 충격이었다. 그렇지만 그때의 충격과는 달리 요즘 청소년 성장소설에서는 좀더 솔직하게 자신으로부터의 변신과 탈피를 꾀한다. 구지 어떤 동물이나 곤충으로 변이를 시도하지 않는다. 그것은 현실 속에서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 대신...나 자신으로 부터 탈피를 시도한다.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내가 아닌 그 누구도 모르는 새로운 또 하나의 내가 되는 것이다.
이 소설은 참으로 발직한 생각에서 시작된다. 어느날 난간에서 떨어질 뻔한 동생을 간발의 차이로 구출한 15살의 데이비드는 이 사건을 계기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어떤 존재를 느끼게 된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삶을 송두리채 쥐고 흔드는 듯한 운명이라는 녀석이다. 운명..그것은 이미 시작과 끝이 정해져 있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하기에 따라서 바뀔 수도 있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접어두자. 사춘기를 거치는 청소년들에게는 그 이유를 따지는 것보다도 이 운명이라는 녀석의 존재감을 느끼고 문득 그에 맞서고 싶어진다는 이유가 부실한 출발도 인정해 주자.
어떤 이는 데이비드가 자신의 운명을 거부하고 바꾸고자 이름도 저스틴으로 바꾸고 외모도 바꿔가는 그 일련의 변화에 설득력이 부족하다고도 한다. 정당하게 이 변화를 납득시킨 계기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난 그 불분명한 이유가 바로 사춘기 청소년들이 가질 수 있는 특징이자 특권이라고 생각하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어디에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에게 삶은 그 자체가 고통이자 빈정거림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유? 그런 건 없어요...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수두룩한 현실을 바라보자. 그들에게 쯧쯧 혀를 차기 전에 감정의 변화가 무쌍한 이들의 시기를 외면하지 말고 바라보기를 권한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들의 방황은 그 자체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그렇기 때문에 저스틴의 이 당돌한 변이를 난 호기심 어리게 바라보았다. 과연 저스틴은 저스틴으로 남을 것인가 데이비드를 되찾을 것인가..
운명은 이런 것이라고 교과서적으로 가르쳐주기 대신 운명을 받아들이는 다양한 시각을 한번쯤 생각해 보게 한다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관건이 아닌가 싶다. 저스틴이 어떤 결말을 내리든 나는 그와 같은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행복이든 불행이든 보여지는 것을 따르는게 아니라, 나를 바라보고 있을 혹은 내가 만들어가야할 운명에 대한 애정을 가지는 것, 그것이 인생을 향한 의미있는 걸음이 된다는 사실만 제대로 알 수 있어도 좋겠다.
만약에 말이지...어느 순간 네가 자신을 버리고 싶어지는 때가 온다면 그 순간이 또다른 네 자신을 얻는 길일 될 수도 있다..그것은 도피가 아니라 또 다른 단단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