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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끈 - 성장 그림책
이브 번팅 글, 테드 랜드 그림, 신혜은 옮김 / 사계절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가족의 연속성, 혈연이 아닌 소중한 기억]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의 일로 기억된다. 당시 반에는 재혼한 엄마를 둔 아이가 있었다. 평소 친구들 사이에서는 발랄하고 착한 아이였는데 엄마에게는 정말 독하게 굴었다. 어느 날 학교에 친구를 만나러 온 엄마를 매몰차게 대하는 친구를 보고 어린 나이에도 착한 새엄마인데 왜 저럴까 혼동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내가 잠깐의 상황을 목격하고 혼동스러워한 만큼 그 친구는 당시 자신의 상황에 대해서 더 많이 혼란스러워할 거라는 사실을 그 당시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다.
아이들의 마음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영악하지 못하고 순수하다. 그래서 이미 다 알 듯한데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엿보게 된다. 이 책 속의 주인공 로라 역시 그렇다.
재혼한 엄마를 미워하는 것은 아니지만 새엄마를 좋아하는 것은 마치 죽은 엄마를 배신하는 것같은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상냥한 새엄마의 행동을 보면 마냥 좋아할 수 없고 엄마를 다시금 떠올리게 되는가 보다.
사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적잖게 놀랐던 것은 엄마에 대한 기억의 끈을 가지고 있는 로라보다는 로라의 기억의 끈을 이해해주는 새엄마의 태도때문이었다. 어른의 권위가 아니라 상대에 대한 배려, 더구나 그 상대가 엄마를 잃은 어린 여자아이라는 점을 더 생각해서 상처받지 않도록 배려하는 행동에 놀랐다. 나라면 어땠을까? 자신이 찾은 단추를 받으면 혹 상처받을까봐 쉽게 찾을 수 있는 장소에 놓아두는 배려, 아이가 다가올 때까지 참고 기다려주는 배려. 새로운 가정을 꾸린다는 것에는 힘든 기다림과 상대에 대한 배려가 있어서 비로서 진정 마음을 나누게 되는가 보다. 마지막 순간 로라의 눈에는 새엄마 제인이 입고 있었던 옷의 단추가 너무도 예쁘게 보였으니 말이다.
기억의 끈은 가족의 연속성이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도 함께 던지는 것 같다. 어머니의 어머니, 그 어머니부터 기억의 끈으로 소중한 단추 하나하나를 꿰어놓았던 기억의 끈. 그 기억의 끈은 가족의 연속성이면서도 그 가족의 연속성은 혈연뿐만이 아닌 가족의 소중함이 연속성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는 것은 아닐까?
처음 접한 사계절의 성장그림책. 아이들이 자라면서 한번쯤 깊이 있게 마음으로 받아들였으면 하는 주제를 담고 있는 시리즈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