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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의 인문학 서재 - 곁다리 인문학자 로쟈의 저공비행
이현우 지음 / 산책자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자유롭고 무궁무진한 저공비행이 계속 되길...]
네티즌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게 된 것이 언제부터인가? 내가 첫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처음으로 인터넷에 접속한 때를 기억하니 벌써 12년 전이다. 독수리 타법으로 자판을 두드리면서 오로지 첫아이를 키우는 불안감을 떨치고자 육아정보를 얻는데 여념이 없었던 나. 그렇게 인터넷이라는 공간에 발을 들여놓고 조금씩 이곳저곳 방문하면서 나 역시 어느 사이에 네티즌에 합류하게 되었다. 지금의 인터넷은 정보만을 얻으러 다니기에는 너무도 많은 정보가 넘쳐서 이제는 공유 내지는 공감, 의견을 나누는 공간으로까지 발전해 갔다. 오히려 답답한 현실에서의 소통보다 더 직설적이고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나누는 공간이기에 대화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인터넷으로 몰려드는 것 같다.
인터넷을 누비는 사람들 가운데 인터넷 공간 속에서 자신의 집을 자신의 색깔로 채우는 사람들도 많이 등장한다. 블로거 활동을 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들이다. 잡다한 정보 수집부터 책을 읽은 후에 리뷰, 시국에 대한 생각, 문학과 대중문화에 대한 생각 등등...그 가운데 로쟈라는 사람이 있었다. 솔직히 그의 닉니임을 들은 기억은 나지만 남의 집을 그다지 기웃거리지 않는 나로써는 이름만 알고 있는 한반 친구정도였다.
그래도 이름을 알고 있는 탓인지 <로쟈의 인문학서재>라는 이름의 책이 나왔을 때, 00출판사가 먼저 들어오기보다는 인터넷?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역시 인터넷에서는 그에 대한 정보를 빨리 얻을 수 있었다. 알라딘에서 오랜동안 블로거 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인문학은 물론 대중문화 등 다양한 방면에 대한 글을 올리고 있었다. 물론 그의 글을 인터넷이라는 한정된 공간이 아닌 지면을 통해서도 많이 소개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처음 대하는 나로써는 약간의 모험을 가지고 이 책을 읽은게 사실이다. 책을 좋아한다고 해도 인문학.이라는 말은 무척 어렵게 느껴지고 웬지 무겁고 어려운 비평이 먼저 떠오르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그런 대부분의 독자들이 가지고 있는 읽기에 대한 두려움을 간파한 것인지 로쟈는 책읽기에 대해서 즐거운 도망, 즐거운 저항이라고 표현했다.
"책을 읽으면서 한없이 도망치고 한없이 저항한다.아니 도망치기 위해서 저항하기 위해서 책을 읽는 건지도 모르겠다.....중요한 것은 무조건 즐거워야 한다는 것. 만약에 당신이 책을 읽으면서 즐겁지 않았따면 당신은 제대로 도망가지고, 저항하지고 못한 것이 된다. 그건 당신이 변변찮다는 얘기다. 그러니 책은 무조건 절대적으로, 악착같이 즐겁게 읽을 필요가 있다. 물론 애초에 그런 만한 책을 고르는 안목이 중요하다. "
아무래도 요지는 마지막에 있는 듯..책 초입부터 책읽기에 대한 로쟈의 생각을 들으면서 제대로 된 책선택을 하고 즐거운 독서를 하는가에 대한 의문부터 들기 시작했다. 이 사람 참 정곡을 제대로 찌르는 구나...쩝소리 나게 입맛을 다시면서 말이다.
그래서 우선은 타의가 아닌 자의에 의해 선택된 이 책을 무조건 끝까지 악착같이 읽어내자는 결심을 했다. 솔직히 머릿속에서 뱅뱅 도는 말이 한둘이 아닌데다가 그가 많이 언급하는 제첵에 대해서는 정말 문외한이어서 낯선 곳을 걷는 느낌도 들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즐거움까지는 아니지만 공감하는 부분은 분명히 있다. 이 사람 정말 문학과 사회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사람이구나...하는 것이다. 로쟈의 인문학 서재라는 제목 너머에 달라붙어 있는 곁다리 인문학자 로쟈의 저공비행이라는 말이 정말 딱 어울린다. 정통 인문학자라기보다는 곁다리고 더 방대하게 더 자유롭게 관심을 갖고 표현하는 사람, 그리고 그런 자유로움과 관심으로 높이 날기보다는 저공비행을 하면서 더 많은 관찰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저공비행 속에 담긴 인간에 대한 사회에 대한 문학에 대한 애정은 읽는 이들로 하여금-비록 나같이 알아듣기 힘들어 하는 사람도 있지만^^;;-독서의 즐거움을 전해줄만하다고 생각된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라면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거론해서 그런지 레오까락스의 <나쁜피>의 한장면에서부터 시작된 그의 사랑에 대한 생각들이다. 주인공 알렉스가 모던 보이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듯 질주하고는 안나를 향해 "순간에 완성되는 사랑이 있을까요?"라는 물음을 던졌다고 한다. 솔직히 영화를 본지 오래되서 그런 질문을 했었던가는 가물가물하지만 알레스가 몸부림치듯 질주하는 장면과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면서 뛰어가는 안나의 마지막 장면은 생생하게 기억된다. 한가지 질문에서 시작된 사랑에 대한 의문. 번호를 달면서 조금씩 전개되는 생각을 쫓아가는 것도 흥미로웠다.
다방면에 잡학다식한 그의 글을 읽으면서도 잘난체 한다는 생각보다는 이렇게도 생각할 수가 있구나의 호기심에 한표 던진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그 이유를 구지 찾자면, 시집을 읽고나면 시집 가장 마지막에 달린 비평가의 무겁고 너무도 형이상학적인 분석에 짜증이 났던 것과 연관시키면 될까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총동원하여 이미 자리잡고 있는 것에 너무도 많은 날개를 달아서 의미부여를 하거나 과도하게 비하하는 학자 내지는 비평가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점때문이다. 아직 글읽기에 글쓰기에 서투른 한 독자로써 로쟈의 저공비행에 100% 공감하지는 못하지만 흥미로운 탑승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앞으로도 그의 블로그에 무궁무진하고 자유로운 저공비행이 계속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