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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길어진 욕심쟁이 ㅣ 방방곡곡 구석구석 옛이야기 7
박영만 원작, 안미란 엮음, 유준재 그림, 권혁래 감수 / 사파리 / 2009년 4월
평점 :
[벌 주고 복 주는 도깨비가 나오네]
코가 길어진다는 제목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피노키오라니~~아이보다도 내가 먼저 서양의 명작을 떠올리는 건 아무래도 어린 시절 읽었던 책의 영향력이 큰 것 같다. 요즘 아이들이야 너무도 다양한 양질의 책이 많아서 옛이야기도 재미나게 접할 수 있지만 우리 자랄 때야 책을 볼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하여튼 요즘 아이들은 넘치는 좋은 책에서 행복하게 자라는 것 같다.
피노키오를 제일 먼저 떠올린 엄마와는 달리 아들은 빨간부채 파란부채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그 이야기에서도 욕심쟁이의 코가 길어졌던 것 같다. 그러나 막상 이야기를 읽어보니 개암을 깨무는 소리에 도깨비들이 놀라 방망이를 놓고 도망쳤다는 것은 혹부리 영감이 생각나고, 욕심쟁이의 코가 길어졌다는 점에서는 빨간부채 파란부채가 생각이 나고, 길어진 코때문에 고생하는 장면은 또 다른 옛이야기 한편인 듯한다. 한 권의 책을 읽으면 적어도 세 개 정도의 이야기를 읽는 느낌이 든다.
옛이야기 속에는 늘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이 한꺼번에 나오고 이들 사이에는 착한 이에게 복을 주고 나쁜 이에게는 벌을 주는 중간자가 등장한다. 이 중간자 역할은 대개 도깨비들이 맡아하기 일수이고.. 아마도 우리 옛이야기에 이렇게 도깨비가 자주 등장하는 것은 약간은 두렵기도 하지만 어떤 친근감을 많이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여하튼 이 이야기 속에서도 착한 소년에게는 모든 것을 다 들어주는 신비한 도깨비 방망이를, 욕심많은 소년에게는 방망이 대신 코가 무지무지하게 길어지는 벌을 내린다. 길어진 코를 안고 단번에 울어버리는 장면은 조금 시시하다 싶었는데, 이 코가 너무 길어서 강과 산을 휘감는 장면, 강물을 건너던 나그네가 외나무 다리인 줄 알고 코 위를 건너다 담뱃재를 떨어트려 소년이 화들짝 놀라는 장면은 옛이야기를 읽으면서 찾을 수 있는 웃음을 전하는 대목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