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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역사가 움직였다 - 알렉산드로스 대왕부터 빌 클린턴까지, 세계사를 수놓은 운명적 만남 100 ㅣ 역사를 바꾼 운명적 만남
에드윈 무어 지음, 차미례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역사 속에 이런 특별한 만남도 있었구나]
거대한 흐름을 타고 있어야만 역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개개인의 한 순간순간이 모여서 개인의 역사가 되듯 세계사에서도 작은 순간이기는 하지만 끊임없이 형성되는 역사의 순간들이 있다. 대부분의 서양사가 통사 위주로 되어있기는 하지만 역사의 한 순간에 머물러진 사건들을 만나보는 것도 나름 흥미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는 역사적 기록으로 될 만한 거창한 사건이나 만남은 아니지만 역사의 이면에 있는 독특한 만남의 장면을 모아놓은 책이다. 솔직히 역사에 관심이 없거나 혹은 역사를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특정한 순간을 통해서 만나는 것이 때로는 손쉽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만남도 있지만 이 책에서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던 만남의 순간들이 있어서 흥미로웠다. 링컨 대통령이 관람하던 연극의 배우였던 존 윌크스 부스는 공연을 통해 링컨과 만났다. 물론 링컨이 그의 공연을 보는 관람객의 입장이었지만, 나중에는 암살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된다니 참으로 아이러니 하다.
또한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 그리고 이들이 지나간 학교의 학생 대표로 나온 로베스피에르의 만남 역시 특이하다. 비오는 날 두 시간 넘게 왕비와 왕을 기다리던 학생 로베스피에르. 뒤늦게 도착한 마차를 향해 빗속에서 무릎을 꿇고 환영사를 읖는 아이를 향해 한마디 말도 없이 떠난 냉담한 왕과 왕비. 후에 이들은 자신을 위해서 환영사를 읊던 로베스피에르에 의해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게 된다. 아마 죽는 순간까지도 이들은 빗속에서 떨며 자신을 기다리고 환영사를 읽었던 소년은 기억하지도 못했겠지.
<베토벤, 괴테를 질책하다>의 만남도 꽤나 흥미진진하다. 자신의 천재성을 최고로 치던 베토벤은 괴테와 팔짱을 끼고 산책을 하던 중이었다고 한다. 이들 앞에 왕비와 공작들이 다가오자 베토벤은 길을 비키지 않으려고 했고 괴테는 모자를 벗어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고 한다. 당당하게 걸어가는 베토벤을 향해 공작들은 일제히 길을 열어주었다고 한다. 베토벤은 직위를 떠나 그들보다 훌륭한 천재성을 가지고도 몸을 굽히는 괴테에게 훈계를 했다고 하는데, 이에 관련된 그림까지 있다니 언제 한번 찾아봐야겠다.
역사와 역사 속의 에피소드가 적절하게 섞여 있기에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 만남이 역사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를 생각하기 보다는 이런 특별한 만남도 있었구나로 받아들이면 한층 편하게 책을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