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는 묘한 매력을 지닌 성장소설

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창비청소년문학 16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는 묘한 매력을 지닌 성장소설]

 

 

 

한번 손에 잡으면 놓을 수 없는 책이 있다. 정말 간만에 몰입해서 읽은 책이 아닌가 싶다. 사실 제목만으로는 단순한 성장소설? 베이커리를 둘러싼 달콤한 성장이야기 정도로 가늠하고 읽기  시작했지만 처음부터 그렇게 말랑말랑한 전개가 아니었다.

 

아픔을 가진 16살의 소년이 독자를 맞이하고 있다. 6살때 어머니에게 버림을 받고 배선생이라는 새엄마와 무희라는 딸과 함께 새로운 가정 속에 발 담고 있는 소년. 그 소년에게 일상은 그리 유쾌한 것이 아니다. 과거 소설 속에서나 보았음직한 차가운 새엄마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배선생은 존재 자체만으로 소년의 마음을 옥죄고 있다. 그런 부자연스러운 일상이 소년을 말더듬이로 만들어 버리고 만다. 집과 학교를 오가면서 식탁에 조차 함께 앉는 것이 불편한 소년에게 어느날 무희를 범했다는 엄청난 누명이 씌워지게 되고, 소년은 운명적으로 위저드 베이커리로 몸을 숨기게 된다. 운명..그것은 운명같은 것이었다. 마음이 무너져내릴 것 같은 현실의 고통에서 도피하고 싶은 사람들이 찾게 되는 그런 곳으로 향하는 운명..

 

단순한 성장소설로만 생각했지만 위저드 베이커리로 향하는 순간, 모든것이 걷잡을 수 없는 긴장감 속으로 빠지는 기분이 든다. 위저드 베이커리는 일반적인 빵집이 아니라 사람들의 욕망을 충족시켜주기 위한 의문의 빵을 만들어 파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이 공간에서 가장  신비로운 인물로 그려지는 마법사 제빵사와 그 공간에 찾아오는 손님들의 욕망과 그에 대한 댓가를 꼭 치뤄야 하는 마법의 빵의 등장..모든 것이 혼란스러우면서 은밀한 긴장감과 기대감을 가지고 엿보게 만든다.

 

사람들이 현실에서 갖는 불만과 욕망은 끝이 없다. 때로는 그것이 정당한 요구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현실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비정상적인 해결(위저드 베이커리의 빵을 요구하듯)을 할 때는 반드시 그에 해당하는 결과까지 책임져야 한다. 마치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젊음을 구했던 파우스트가 짊어져야 했던 그 짐처럼말이다.

 

이 작품은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면서 청소년기를 보내는 아이들 뿐 아니라, 현실에 대한 묘한 탈출구를 갈망하는 성인들에게까지 긴장감을 갖게 하는 작품이다. 위저드 베이커리를 통해 사람들이 현실에 갖고 있는 갖가지 불만과 그것을 해결하고자 하는 욕망, 그러나 그 결과에 대해서는 결코 책임지고 싶어하지 않는 묘한 이기심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위저드 베이커리가 현실에서  사라진다면, 물론 모든 것은 현실이라는 원점으로 다시 되돌아 오듯 사람들에게 현실을 외면하고자 하는 달콤한 회피의 빵은 결코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위저드 베이커리를 통해서 자신이 갖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 혹은 도피하고자 하는 아픔들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적 공간은 충분히 마련한 수 있는 작품이다.

 

청소년 소설이라고 하지만 솔직히 요즘 나오는 청소년 소설 가운데는 성인들이 읽어도 고개를 끄덕일만큼 무게감을 가지고 있는 소설이 많다. 이 작품 역시 청소년이 소설이라는 딱지를 붙이지 않아도 될 만큼 흡인력을 가지고 있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완득이에 이어 위저드 베이커리까지...앞으로의 창비청소년소설들은 거르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