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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이야기 ㅣ 방방곡곡 구석구석 옛이야기 5
박영만 원작, 안미란 엮음, 오승민 그림, 권혁래 감수 / 사파리 / 2009년 3월
평점 :
[모으는 욕심보다 배푸는 작은 힘이 더 가치있지~]
표지를 넘기자 마자 까만 바탕에 크고 작은 눈들이 가득하다. 화들짝 놀랄만한 그림인데 한쪽 귀퉁이에 이렇게 적혀 있다. "이야기는 이야기할 것이지 넣언 둘 것은 아니야." 과연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이렇게 시작하려는 걸까? 다소 생소한 속표지에 아이도 엄마도 궁금증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이 이야기는 욕심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이야기지만 좋은 이야기를 나만 알고 숨겨두면 그것도 욕심이 된다는 사실. 이야기 듣기를 좋아하는 한 아이가 있는데, 재미난 이야기를 들으면 남한테 하나도 전해주지 않고 자신의 꽁무니에 찬 주머니에 담아두곤 한단다. 이야기를 담는다는 설정도 재미나지만 단지 이야기일 뿐인데 그것도 욕심쟁이치럼 혼자만 담아두는가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러던 어느날 이야기 주머니에 가득 찬 이야기들이 답답하게 갇혀 사는데 앙심을 품고 아이가 장가가는 날 혼내줄 무시무시한 계획을 짠다. 마침 그 이야기를 엿듣던 머슴은 주인 도령을 구하기 위해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버릇없는 행동을 하고 뱀을 잡기 위해 침실까지 뛰어든다. 뒤늦게야 머슴이 자신의 목숨을 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주인도령은 머슴에게 감사하면 오래오래 살았다는데~~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다 보니 뭔가 심심하다.
"그래서 그 이야기들만 나쁜거야? 그 아이가 더 욕심쟁이잖아?"
그러게~ 아이의 말마따나 그게 맞는 말이다. 재미난 이야기라고 주머니 속에 꽁꽁 갇힌 이야기들이 불평을 하는 건 당연한데 그 도가 너무 지나쳐서 주머니 밖으로 나오는 결말이 없는걸까? 아이들이 이야기를 듣는 면에서는 더 정직한지 모르겠다. 이야기를 혼자만 들으려고 욕심을 부리던 아이도 조금은 혼나야 하고 이야기들도 심한 장난을 쳤으니 조금은 혼나야겠지만 여하튼~이야기는 주머니에서 탈출해야 한다는 사실에 점수를 주는가 보다. 마지막 결말에 주인도령이 죄를 뉘우치고 이야기들을 주머니에서 풀어주는 대목까지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여하튼 도령처럼 욕심을 내기 보다는 작은 힘이나마 도움을 주려고 했던 머슴의 기지와 용기를 더 배우게 되는 건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