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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청아 예쁜 청아 ㅣ 푸른도서관 28
강숙인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1월
평점 :
[사랑이야기로 다시 보는 심청이야기]
심청전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주제가 '효'이다. 눈이 안보이는 아버지를 위해서 인당수에 몸을 바친 심청의 효성이 가장 큰 주제로 다가오는데 의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 역사에 늘 지극한 관심과 새로운 관점으로 역사의 이면을 상상하게 했던 작가 강숙인. 그녀는 이 작품에서도 우리에게 익숙한 심청이야기를 효가 아닌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게 하고 있다.
2002년에 책읽는 가족 시리즈로 출간되었던 이 작품이 이번에는 청소년 대상의 양장본으로 새롭게 옷을 입고 나왔다. 심청을 효보다도 사랑이라는 측면에 촛점을 맞추었기에 초등생보다는 오히려 청소년층이 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대상층이 제대로 맞춰진게 아닌가 싶다.
심청이야기를 들으면서 한번쯤 용궁 세상은 어떨까 궁금해 하는데 작가는 심청이야기의 주맥을 용궁세상에서 찾고 있다. 서해 용궁의 원인모를 병에 걸린 빛나로 왕자. 용왕은 귀한 아들을 위해서 손대지 말아야 할 하늘 복숭아를 아들에게 주고 서해 용궁은 혼란에 빠진다. 거북이 된 빛나로가 용궁을 재건하고 새로운 세상을 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심청의 마음. 그러나 심청은 이미 다른 이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그렇게 빛나로와 심청의 마음이 서로 닿지 않은 상태에서 빛나로는 인당수에 몸을 던진 심청을 구하고 그녀의 사랑이 이루어지도록 도와주게 된다. 결말은 우리가 아는 심청전의 그것과 다르지 않지만 분명 이 작품 속에서의 주제는 바뀌었다. 효보다는 사랑이라는 측면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
4학년인 딸아이는 책을 읽고서는 새롭게 심청이야기를 썼지만 사랑보다는 심청의 효가 더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아직 어린 탓인지 아니면 그동안의 심청이 강하게 남아서 그런지 어린 딸에게는 효를 주제로 담은 심청이야기로 기억되지만 엄마의 입장에서는 '청아 청아 예쁜 청아'라고 말하는 빛나로가 더 생각나게 하는 작품이었다. 용궁세상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새롭게 푸니 이렇게 다른 심청이야기를 만날 수 있구나..싶으면서 같은 이야기라도 어떤 부분에 관심을 두고 상상을 풀어내는가에 따라서 새로운 세상일 열린다는 세상에 다시금 감탄할 뿐이다. 주제가 달라진 심청이야기에 대해서 말하기 보다는 새롭게 작품을 구상하는 작가의 상상력 덕분에 일반적으로 생각하던 이야기에서 다른 시각을 가지고 상상할 기회를 얻었다는데 만족스럽다고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