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흰산 도로랑 ㅣ 힘찬문고 52
임정자 지음, 홍선주 그림 / 우리교육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적 판타지 속에 담긴 자연과 인간의 조화, 그리고 성장...]
한국적 판타지라는 말을 달고 나온 책들을 만지작 거리면서 지나칠 수 없는 것은 역시 우리 것에 대한 지대한 애착 때문이리라. 4학년이 된 딸아이는 유독 판타지 소설을 좋아한다. 판타지라는 것의 의미가 뭔가를 따지기 전에 현실 속에서 벌어질 수 없는 것에 대한 모험과 환상, 그리고 긴장감이 아이들을 매료시키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하던 터였다. 그러면서 늘 아쉬운 것은 아이들이 손에 쥔 대부분의 책들이 서양의 정서로 쌓은 판타지 세계라는 점이다. 올 방학 때도 딸아이는 장황한 해리포터 시리즈를 마다않고 들고 앉은 것을 보면서 아쉬움이 남는 것은 그런 점때문이다.한국적인 정서를 담고 있는 판타지에 대한 아쉬움 때문인지 우리 정서를 담고 있는 우리 전설을 바탕으로 엮어낸 소설이라고 해서 무척 기대가 되었다.
한반도의 가장 높고 깊이 있는 산은 단연 백두산이다. 백두산을 둘러싼 신비한 이야기는 비단 우리 민족의 것만이 아닌가 보다. 작가는 한국 이외의 중국 소수 민족에게까지 퍼져있는 백두산 신화를 흠수하여 백두산의 옛이야기를 부활시키고자 했다고 한다. 이야기 속에는 인간이 자연 위에 군림할 수 없고 자연과 어울어져야 함을 가르침은 물론 주인공 도로랑을 통해서 역경을 딪고 성장하는 성장소설의 형식도 함께 아울렀다.
자연 속에는 법칙이 있다고 한다. 가장 큰 법칙은 필요한 만큼 자연에서 얻고 과욕을 부리지 않는 것이 가장 기본이다. 원시적인 사회일수록 이런 법칙을 끔찍하게 철저히 지켜가고 있음을 적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사냥을 하면서 과욕으로 많은 살생을 저지르게 되는 인간들이 있다. 이 작품 속에는 도로랑의 아버지인 백 포수가 그런 인물이다. 무자비한 살생을 막기 위해 백호는 백 포수를 죽이고 백 포수의 아들인 도로랑을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흰산을 오르게 된다. 이런 과정이 악연의 끈인냥 다소 지루한 구조로 시작되지만 도로랑이 흰산을 찾고부터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훨씬 흥미진진한 구조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인간의 손에 파괴된 자연을 다시 살릴 수 있는 것 역시 인간이며 인간과 자연은 어울어져 살아야만 하는 존재임을 열린 결말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백호, 도로랑, 천년소나무, 만년버드나무 등 이름 속에 숨은 뜻을 갖고 있다는 것도 책을 읽으면서 절로 알게 된다. 방대한 스케일의 대작 판타지와는 비교가 되지는 않지만 우리 땅의 우리 민족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호응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나름대로 한국적 판타지를 창출하면서 그 속에 자연과 인간의 조화 ,그리고 도로랑이라는 아이를 통해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외국 작품에 너무 길들여진 아이들에게 우리 정서가 담긴 작품을 간간이 찔러주고 싶은 것은 그다지 욕심은 아닌 것 같다. 한참 해리포터에 빠진 아이, 중간 즈음에 이 책을 한번 넣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