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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 - 한 서번트 이야기
캐슬린 루이스 지음, 이경식 옮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그래도 그에게서 희망을 담아가길....]
대학교를 졸업하고 제일 처음으로 일했던 장소가 맹인복지연합회라는 단체였다. 말그대로 시각장애인들의 복지를 위한 시설이었는데 나로써는 새로운 세계와의 첫인연이라고 할 수 있었다.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 장애인들을 위한 복지시설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기에 비장애인들과 장애인들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그리 흔치 않다. 지금도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상황들은 그리 개선된 것 같지는 않다. 여하튼 이 책을 읽으면서 그곳에서 만났던 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시각장애를 안고 태어난 렉스, 게다가 자폐증도 가지고 있었으니 그가 세상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신은 렉스에게 수많은 고난 중에서 한가지 빛의 줄기가 될 수 있는 것을 주셨으니 바로 음악을 받아들이는 남다른 감각이 그것이다. 렉스의 이런 상황을 보며서 내가 만났던 많은 사람들이 떠올랐다. 모든 시각장애인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눈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들은 감각적으로 훨씬 능력을 지녔다. 특히 소리에 대해서 민감한 사람들을 적지 않게 본 것 같다. 들으면서 기억하고 받아들이고 자기 것으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외국어를 잘 한다거나 혹은 악기를 잘 다루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역시 비율적으로 본다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많기는 하다.
렉스가 시각장애와 자폐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음악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그의 재능뿐이 아니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가 세상을 향해 당당히 나설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 해 도왔던 그의 어머니 캐서린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들이다. 캐서린과 같은 어머니가 있다는 것은 렉스에게는 큰 행운이고 축복이다.
책을 읽으면서 렉스의 감동적인 성장 과정에 눈물을 흘리고 삶의 역경을 이겨낸 그와 그의 어머니의 의지에 찬사를 보내게 된다. 작은 일에도 힘겨워하면서 아이와의 사소한 마찰도 피해가지 못하는 이 시대의 어머니와 자녀들에게 삶의 고귀함을 새롭게 느끼게 하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이들의 감동스러운 성공담 뒤에 더 많은 사람들은 사회로부터 외면당하고 자신만의 골방에서 갇혀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재능이 없다면? 헌신적인 어머니가 없다면?아직도 세상을 향해 걸음조차 뗄 수 없는 장애인들이 너무도 많은게 현실이다.
사회복지면에서는 후진국의 수준보다도 더 낙후되었다고 하는 우리나라의 현실. 좀더 많은 관심으로 이들이 비장애인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렉스만큼 재능이 없어도 헌신적인 어머니가 없어도 그를 통해서 밝은 삶의 희망만은 모두 담아갔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