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숨쉬는 아파트 속의 사람들 이야기] 올 한해 가장 멋드러지게 알려진 작가를 꼽으라면 김려령이라는 이름이 적지 않게 나올 것 같다. 어른들의 마음까지 감동시키고 눈물을 흘리게 했다는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를 시작으로 올 해 가장 큰 위력을 발휘했던 <완득이>까지..이제는 김려령이라는 이름 석자만으로도 그녀의 맛깔스러운 책을 기다리게 된다. 뭐랄까? 그녀의 작품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책을 만들기 위해 포장했다기 보다는 어린 시절의 한 조각, 그녀의 삶과 이어져 있는 그 족각에서부터 실타래가 시작되었구나..싶은 느낌이 들 때가 많다. 때로는 자신의 아이에게 때로는 어린시절 같이 지내던 할머니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이번 작품 역시 잠을 자다가 문득 깨어나니 아파트가 자신에게 말을 걸고 있었고 그로 인해 어린시절 함께 지내던 할머니에 대한 기억으로 쓰게 된 것이라고 한다. 사실 이 책에 대해서 전혀 정보도 없이 책장을 펼쳐들면서 약간 당황했었다. 분명 캐릭터가 말을 하기는 하는데 그게 사람이 아니라 30년도 넘은 낡은 아파트가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벼락을 맞아 약간 이상해진 1동, 차분하고 옳지 않은 행동을 싫어하는 2동, 그리고 3동과 귀신나올 듯한 4동, 게다가 상가건물까지...이 낡은 건물들이 자신의 동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물론 그들이 바라보는 사람들의 생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어찌보면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듯한 느끼이 들기도 한다. 2동으로 이사를 온 기동이가 변해가는 모습, 오해를 풀어가는 모습은 물론 재계발을 하면서 아파트를 떠나가는 오래된 식구들의 뒷모습까지 훈훈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구지 어떤 것을 콕 집어주지 않더라도 책을 보는 아이들은 오래된 아파트와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어느덧 한가족처럼 되었다는 느낌, 그래서 헤어짐이 너무 가슴아프다는 것을 가르쳐주지 않아도 된다. 이 책을 보기 전까지는 일상에 바삐 움직이면서 사람들의 소리에만 집중했었는데..이제는 주위의 모든 것들이 내게 말을 거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만큰 나를 둘러싼 사물들 모두에게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이겠지 싶다. 아이들에게 자신을 둘러싼 주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갖게 하는 것도 이 작품의 마음에 드는 점 중의 하나인 것같다. 살아숨쉬는 아파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 왁자지껄하고 덜커덩 거리는 소리가 작품 곳곳에 숨어 있어서 유쾌하게 읽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