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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그림자 - 오스트리아 문학 ㅣ 다림세계문학 31
로베르트 클레멘트 지음, 함미라 옮김, 마리아 라이베버 그림 / 다림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아프리카 난민자들의 생생한 삶의 조각들]
<천국의 그림자> 원제는 <천국으로 70마일>이라고 한다. 70마일이라는 거리상의 숫자가 안고 있는 의미는 아프리카를 떠나 유럽으로 향하는 거리를 말한다고 한다. 종교든 이념이든 끝없는 내전과 기아로 허덕이는 주인공이 소말리아를 떠나 이탈리아로 가기까지의 거리, 아프리카만 떠나면 유럽은 천국처럼 자신의 새로운 인생이 펼쳐질 거라고 생각하면서 고통을 참고 견딘 그 최소한의 거리가 바로 70마일이라고 한다....
소수의 사람을 향한 관심은 늘 가슴 아픈 현실을 가슴에 안고 가야 하는 것 같다. 태어남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원치않는 곳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그 사람을 무시하고 멸시할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그렇지만 나와 다른 남, 혹은 나와 관계 없는 남에 대한 관심은 우리에게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은 아프리카의 소말리아에서 간호사 일을 하던 지아드가 부인과 딸의 죽음을 목격한 다음 죽음의 나라를 떠나 새로운 삶을 찾아 유럽으로 향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이런 큰 틀에서 이들이 만나는 현실의 참혹함과 멸시가 가득히 담겨 있기에 책장을 넘기는 마음이 그리 가볍지만은 않다.
얼마전에 읽었던 멕시코 인들의 미국 밀입국행을 다루었던 <눈물나무>라는 작품이 떠오르기도 했다. 아프리카를 떠나 유럽으로 향하는 사람들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내전으로 살기 힘든 나라를 떠나는 이들에게 향하는 시선은 곱지 않기에 이들을 멸시하거나 혹은 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인권마저 유린하는 상황까지 생긴다. 지아드가 딸과 함께 유럽으로 가기 위해서 탄 배에는 천국을 그리면서 모든 고통을 참아가면 밀항을 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들이 도착한 이탈리아의 토마토 농장에서 노동력을 착취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우리 나라에서도 간혹 부당한 대접을 받고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강한 자에게는 한없이 부드러우면서도 약자들에게는 냉혹한 것이 현실이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
우여곡절 끝에 지아드가 이탈리아를 떠나서 다시 꿈꾸는 천국인 캐나다를 향할 수 있게 되지만 이들에게 펼쳐질 미래과 과연 은빛인지는 미지수이다. 천국은 늘 꿈꾸는 속에서만 천국으로 존재할 뿐, 현실에서 어떻게 펼쳐질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단지 이들에게 희망이라는 것이 존재해서 긍정적인 미래가 펼쳐질 수 있기를 바랄 뿐이고 그런 미래는 우리 모두의 관심 속에서 이루어질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서 아프리카를 떠나 유럽으로 밀항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부당한 대접을 받는지 그 상황을 많이 알리고자 했다고 한다. 이 작품을 쓰기 위해 수많은 난민자들을 인터뷰하면서 인물을 작품속에 재창조하고 실상을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읽으면서 더 진한 아픔이 밀려오는 듯했다. 아직도 천국으로 향하는 70마일을 꿈꾸는 수많은 사람들의 인권이 보장되고 이들의 삶에도 희망의 빛이 함께 할 수 있는 날이 이루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