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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남긴 한 마디 - 아지즈 네신의 삐뚜름한 세상 이야기 ㅣ 마음이 자라는 나무 19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이종균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이런 것이 풍자 우화집의 매력이구나]
풍자 우화집이라는 말에 사실 거부감이 들었다. 풍자문학에 대해서 아직도 익숙하지 않기에 풍자우화집에서 비판적 의식을 웃어재낄 유머감각이 내게는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다. 남들은 모두 하하하 웃는데 나 역시 우두커니 있게 되는 건 아닌지..
우화집이라는 면에서는 어린 시절 많이 읽었던 이솝우화가 문득 떠올랐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동물에 대입시키는 우화형식은 직접적으로 할 수 없는 말들을 단지 캐릭터의 변환을 통해서 오히려 더 과감하게 직접적으로 말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우화에 사회의 문제점을 과감하게 비꼬아 담아낸 아지즈 네신.
아지즈 네신은 터키 출신의 풍자 작가로 권위있는 풍자문학상을 수상할 만큼의 저력있는 작가라고 한다.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책을 보니 그것 역시 당나귀를 내세운 풍자우화집이다. 문득 이 사람은 왜 그렇게 사회적 풍자에 관심이 있을까 싶은 생각에 약력을 살펴보니 저널리스트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사회에 대한 관심과 그가 내고 싶은 목소리가 바로 풍자 우화집의 형태가 되었나 보다.
외모지상주의 세상을 신랄하게 비판한 <스타를 닮고 싶은 원숭이>에서는 요즘 아이들 뿐 아니라 은연중에 성인들의 마음 속에도 자리잡고 있는 외모지상주의의 숨겨진 진실을 꼬집어 준다는 느낌이었다. 너무 멋진 사람들을 마무리 많이 보고 그들의 흉내를 내고 외모를 꾸며도 결국 사람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 ...청소년기에는 부모보다도 연예인을 더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다는데 혹시 내 얘기는 아닌가 뜨끔하는 아이들, 어른들도 많을테지
<도둑고양이의 부활>은 정말 작가의 위트와 풍자가 잘 담긴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평생 도둑만 일삼던 고양이가 죽어서 묻힌 자리..그 자리에 들어선 것은 바로 국세청. 많고 많은 것중에 왜 하필 국세청일까? 정말 기발한 설정이 아닐 수 없다. 국세청은 도둑고양이의 부활이랄까? 도둑질하는 것보다 들키지 않고 도둑질하는 사람을 칭찬하는 국세청..참으로 여러가지 생각이 들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책을 읽다보면 구지 무엇을 찾아내자가 아니라 읽으면서 "그래~ 그래~풋!"하고 웃음이 나온다. 다른 식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그것이 우리네 사는 현실속의 감춰진 모습 중의 일부라는 사실에 동감하면서 내뱉는 웃음이리라.
배꼽이 빠질 듯이 웃는 웃음이 아니라 어딘지 모르게 씁쓸하게 웃게 되는 웃음. 그 웃음을 웃으면서 나 역시 이 가운에 한 사람이 아닌지 가슴을 쓸어내려 보기도 하면서 풍자 우화집의 매력이 이런 거구나하고 느끼게 된다. 작가의 다른 작품이 정말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