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아버지 미래그림책 12
노엘라 영 그림, 릴리스 노만 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2년 2월
평점 :
절판


[서정성이 돋보이는 그림을 통해 느끼는 할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어린 시절 나의 할아버지가 떠오르는 책이었다. 나의 할아버지...이렇게 누군가를 추억하고 그리게 될 때는 그 사람을 이 세상에서 다시 볼 수 없을 때 더더욱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오랫동안 따로 살던 할아버지가 우리집으로 오셨을 때도 이 책의 소년의 경우와 같았다 . 돌볼 사람이 없어서 우리 집에 함께 머물게 되었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지금 내 기억 속에는 희미할 뿐이다. 그때 내 부모님의 반응이 어땠는지도 기억에는 없다 .단지 내가 기억하는 할아버지는 너무나 작고 외소한 느낌...내가 더 어렸을 때 감도 따주고 함께 놀아주던 모습이 아니라 늘 자리에 누워계시고 좀더 작아지신 느낌..그리고 어느 날부터 더 이상 내 시야에 보이지 않던 할아버지..

소년의 집으로 오게된 할아버지도 몸이 불편한 상태였다. 그렇지만 일상에서 할아버지는 아픈 사람이 아니라 늘 잔소리를 하고 까다로운 사람일 뿐이었다. 소년의 눈에 비친 할아버지는 다정다감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늘 바꿔 부르고 먹고 싶은 반찬도 제대로 못먹게 하는 분. 그렇지만 어느 순간 병상에 누워서 더 이상 호령도 못하는 할아버지는 더 이상 까탈스러운 분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분의 빈자리를 보면서는 더 이상 짜증스러웠던 기억이 아니라 바꿔 부르는 이름도 다정하게 느껴지고 무엇이든 잘 고쳤던 솜씨 좋았던 할아버지로 기억될 뿐이었다.

그렇게 할아버지의 부재를 통해서 가족이 느끼는 슬픔과 남겨진 사람들의 가슴 속에 남아있는 기억을 더듬는 시간을 준 그림책이었다. 호주에서 가장 존경받는 삽화 작가라는 노엘라 영의 그림은 무척 따뜻한  느낌을 전해주는 그림이다. 사실적이면서도 온화한 색채의 그림이 친근감을 주면서도 이 책의 서정성을 부각시켜 주는 듯한 작품이었다. 아마도 이 책을 읽고난 아이들은 우리 할아버지,할머니를 떠올리면서 그 분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전화기를 들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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