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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살의 털 ㅣ 사계절 1318 문고 50
김해원 지음 / 사계절 / 2008년 8월
평점 :
[세상을 향한 자유와 의지의 외침, 열일곱 살의 털]
거참 제목 한번 특이하다..싶은 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표지에 그려진 남자 아이의 표정과 제목은 독자로 하여금 묘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다보니 아직까지 청소년 소설을 많이 대하지는 못했지만 요즘 나오는 청소년 소설 정말 많은 부분에서 공감가는 것들이 있다.
얼마 전에 읽은 세번째 교과서라는 작품에서는 과장되거나 가식적으로 그려지지 않은 청소년들의 글을 보면서 새삼스레 기쁘고 놀라운 마음이 앞섰다. 누군가 그러더라..386세대가 가정을 꾸려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자녀가 어릴 때는 그림책이 한번 열풍을 일으키고 이제는 그 아이들이 커서 청소년이 되면서 요즘은 청소년 소설이 대세를 이룬다고..그 말도 일리가 있는 것같다. 요즘 나오는 청소년 소설은 진부함을 거부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청소년들의 마음은 물론 어른들의 지지도 많이 받는 것 같다.
열일곱 살의 털..사춘기를 맞고 세상에 대한 반항이 자리잡을 때가 열일곱 이려나? 고등학교에 입학한 첫날부터 아이들에게는 머리털이 문제가 된다. 교복을 입고 두발단속이 있던 당시 학교 선생님의 재량에 따라서 아이들의 머리털은 서기도 하고 눕기도 한다. 주인공 일호가 악명높은 두발단속에서도 살아남은 건 순전히 오랜세월 이발소를 하면서 이발에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정성을 기울인 할아버지 덕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혼자 버젓이 잘된 두발로 꼽히고 칭찬받게 되면 아이들 사이에서 못마땅한 범생이 1호가 되는 건 시간문제다. 그러고 보니 일호의 이름처럼 정말 범생이 일호가 되어버린 것이다. 일호가 바라보는 학교의 두발단속은 우리가 늘 보았던 획일화된 규제와 억압의 모습이다. 조금만 길면 바리캉으로 밀어버리고 심지어 라이터 불을 들이대는 장면을 보고 타당하다고 여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게다. 제도 속에서 그 제도를 실행시키는 사람들에게만 당연시 생각할 뿐이다. 결국 일호는 두발자유를 위한 여러가지 일을 계획하고 학교에서 정학까지 맞게 된다. 그러는 중에 일호의 일인 시위가 이어지고, 그를 뒷바침해준 건 오랜세월 집을 떠나있던 아버지라는 존재였다. 그리고 친구들...생뚱맞게 일호의 삶 속으로 뛰어든 일호의 아버지는 순수한 듯하면서도 기존의 억압에 대해서는 당당한 목소리를 낼 만한 신념있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처음부터 늘 뒷편에 자리잡은 듯 나타나지 않던 할아버지가 결적적으로 학교 두발자율을 이끄는데 중요한 역할까지 하게 되는데..정말 뜻하지 않게도 온 식구가 털에 집착해서 자유와 화해를 찾아가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던 작품이다.
열일곱 살의 털은 세상을 향한 자유의 의지이자 성숙해가고 단단해져 가는 우리 청소년들의 또 하나의 모습이었다. 책을 덮고 나면 표지의 인물을 다시 한번 보게된다. 읽기 전에 약간을 우수광 스럽기도 하던 그 표정이 이제는 세상을 향해 "거 봐라~"라는 폐기와 의지의 웃음으로 보이기까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