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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도 괜찮아 막내 황조롱이야 - 우리어린이 자연그림책, 도시 속 생명 이야기 2
이태수 지음 / 우리교육 / 200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도심 속에서 느린 자연의 미학을 보여준 책]
자연을 접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역시 자연 그 자체의 모습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심 속에서도 깨닫지 못하는 자연이 곳곳에 숨어있다. 작가 이태수는 그런 도심 속의 자연을 찾아 책 한권에 담고 있다.
아파트 베란다의 화분 받침대에 둥지를 튼 황조롱이 부부. 실제로 이런 모습을 보러 간 작가 이태수는 그 자체가 감동이었을 것 같다. 날아가던 새가 아파트 베란다에 잠시 쉬었다 가도 야릇한 기분이 들텐데 둥지까지 틀었다니 정말 믿기지가 않는다. 화분받침대에 둥지를 튼 황조롱이 부부가 보여주는 그 다음의 이야기가 진정 자연의 느림의 미학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더 가슴 뭉클해진다.
둥지 속에는 황조롱이의 알이 들어차고 어미는 그 알을 품는다. 하나씩 알이 깨어나고 아기 황조롱이가 세상 밖으로 나오지만 유독 깨어나지 않는 알이 하나 있다. 자연에서는 모든 것이 순리대로 진행된다. 어미 새는 아기새가 나오기 쉽도록 알을 깨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가끔 톡톡이면서 말을 건넬 뿐이다. '아가야~ 어서 나오렴..'자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오기를 묵직하게 기다려준다. 그리고 황조롱이들이 자라서 하늘을 날 때도 역시 늦된 막내 황조롱이는 부모의 기다림 속에서 자신의 비행을 준비한다.
자연을 담은 세밀화로 유명한 이태수라는 이름 석자만으로도 신뢰가 가는 작품이지만 실제로 책의 그림과 내용을 읽다보면 절로 마음이 뭉클해진다. 너무도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서 퇴보되지 않기 위해서 우린 너무도 빠른 템포로 생활한다. 그래서 늘상 "빨리 빨리"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가 보다. 그렇지만 이 책을 보고나면 그렇게 빠른 템포의 삶이 옳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밀려든다. 조금씩 느리게..기다림을 가지고 자연에 순응하면서 사는 황조롱이의 모습을 통해서 느림의 미학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좀더 느리게 여유를 갖고 파서 '느리미책세상'이라는 블로그명도 지은 것처럼 나 역시 막내 황조롱이처럼 느리더라도 조급해하지 않고 세상 속을 날아가는 비행을 계속 해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