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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가 된 가짜 - 정직편 ㅣ 마음이 자라는 가치동화 4
이경화 지음, 유기훈 그림 / 을파소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정말 마음에 드는 가치동화 한 편]
제목을 쓰고도 참 아이러니하다. 가짜 일기를 진짜로 만든 정직한 이야기라니..그렇지만 책을 읽고나면 아마도 이 말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 같다.
어려서 일기 한번 밀리지 않고 쓴 사람은 없을게다. 특히 방학이면 이 일기가 항상 부담의 대상이었다. 놀때는 신났는데 개학을 앞두고 가장 힘들었던 숙제. 일기..하루에 몇편씩 몰아쓰면서 날씨는 지어내거나 생략을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ㅎㅎ 책 속의 주인공 나미 역시 개학을 앞두고 일기를 몰아쓰게 되는데 그 몰아쓴 일기 때문에 더 많은 갚진 것을 얻게 되는 내용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채워서 몰아쓴 일기..어처구니 없게도 이렇게 쓴 나미의 일기가 일기상을 받는다고 한다. 나미는 이 소식이 하나도 기쁘지 않다. 몰아서 쓴 일기는 지어낸 일기이고 거짓말인 일기이기 때문이다. 일기를 몰아쓸 때만 해도 핀잔을 주시던 엄마도 나미가 일기상을 받는다니까 돌변해서 너무도 기뻐한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당사자인 나미는 가슴 한 구석이 콕콕 쑤신다. 그 아픔은 바로 나미의 양심이 내는 소리였다. 나미는 모두에게 진실을 말할 용기가 없어 대신 지어서 쓴 일기가 거짓이 되지 않도록 행동으로 옮길 계획을 세운다.
우여곡절 끝에 하나씩 행동으로 옮기던 어느 날..나미는 자신이 쓴 거짓 일기가 마술처럼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는 결국 일기상을 받을 수 없어서 선생님께 몰아서 쓴 거짓일기라는 것을 알리게 된다. 선생님의 반응은 어땠을까? 솔직히 이 책에서 선생님의 반응은 책 속 선생님의 반응은 아니었다. 나미를 나무라거나 일기상을 취소하는대신 '너하고 나만 알자'라는 말을 하니까 말이다. 만약 나미가 선생님의 이런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어땠을까? 나미는 오히려 강하게 자신의 일기에 대해서 소리친다...거짓일기였다고...모든 아이들 앞에서 진실을 말한 나미는 비로소 마음이 편안해지고 이런 나미를 친구도 선생님도 정말 정직하고 용기있다고 말하게 되는 내용이다.
어쩌면 정직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이쁘장하게 그렸을까? 살면서 수도 없이 거짓말을 하고 아이들도 수도 없이 일기장에 거짓을 쓰면서도 별로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데 ...작가는 아이들의 주변에서 흔한 소재로부터 정직의 참모습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때로는 슬쩍 넘어가는 그것들이 진실이기보다 거짓으로 더 진짜가 되어가는 때가 있다. 그런 경우 우린 가끔 나미를 떠올려야 하지 않을까? 평소 가치동화에 낮은 점수를 주는 편이었지만 이 책은 정말 마음에 드는 동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