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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돌아간 소녀 ㅣ 사계절 아동문고 70
스에요시 아키코 지음, 이경옥 옮김, 문수지 그림 / 사계절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시간여행이라는 기발한 발상을 통해 찾은 갈등의 해결]
평범하게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참 모호해지는 요즘이다. 부모님 그늘에서 아무 걱정 없이 클 때는 모두가 다 나처럼 큰다고 생각했지만 조금만 주변에 눈을 돌리면 타인들의 삶이 나와 같지 않음을 눈치챌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린 이 다름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데는 참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스에요시 아키코..[노란 코끼리]를 통해서 모자가정에서 실수투성이의 불안한 엄마가 아이들을 데리고 살아가는 모습을 유쾌하게 담고 있었던 작품을 보여주었는데 이번 작품 역시 단둘이 살아가는 엄마와 딸의 이야기이다. 그러고 보니 내가 읽은 그녀의 두 작품 속에는 늘 아버지가 부재한다. 작가의 주변 이야기는 잘 모르겠지만 그녀의 작품에서는 아버지가 부재한 상태에서 홀로 살아가는 어머니와 그 어머니를 바라보는 자식이 등장한다. 이번에도 주인공은 다름 아닌 딸 마미코이다. 그리고 마미코가 시간여행을 통해서 만나게 되는 아이 교코역시 현재의 엄마이기는 하지만 과거 속에서는 엄마를 그리워하는 딸의 모습으로 마미코와 만나게 된다.
철저히 현실적일 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엄마가 생일날 선물해준 낡은 코트의 안주머니에 있던 옛날 회수권을 통해서 과거로의 여행이 시작된다. 마미코가 만난 것은 다름 아닌 과거의 제 또래의 모습인 엄마 교코였다. 마미코는 엄마의 새로운 출발 앞에서 흔들리고 교코 역시 우여곡절끝에 찾은 엄마 옆에는 아버지가 아닌 다른 아저씨가 있었다. 이 둘은 아버지가 아닌 다른 사람을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흔들리는 갈등도 함께 경험한다. 교코가 가지고 있던..지금의 어머니가 가지고 있던 슬픈 비밀은 그녀의 일기장에서 드러나고, 어머니를 죽게 했다는 죄책감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담은 일기장이 바다 밑으로 가라앉으면서 해결된다. 그녀의 어린 시절 엄마에 대한 무거운 짐은 일기장과 함께 가라앉았지만 현실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인 딸은 다시 찾을 수 있었기 때문에 말이다. 교코의 일기장 속에 등장하던 별로 돌아간 소녀는 분명 제 별에 제대로 안착했다. 모든 방황을 끝내고 자신이 있었야 하는 별에...
작가는 삶에 대해서 참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닌가 생각된다. 해체된 불안정한 가정을 그리지만 그 속에서 따뜻한 결말을 찾고 있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통한 판타지를 경험하게도 되지만 너무 허무맹랑하거나 혹은 흥미만을 이끄는 판타지는 아니었다. 현재의 연장 선상에 놓인 과거의 시간을 경험하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시간여행이었다. 나를 생각하기 전에 과거의 내 모습에 있던 어머니를 한 번쯤은 떠올려 보게 만들지 않을까? 가슴 속 깊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