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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내일 - 1차세계대전에서 이라크 전쟁까지 아이들의 전쟁 일기
즐라타 필리포빅 지음, 멜라니 첼린저 엮음, 정미영 옮김 / 한겨레아이들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생생한 아이들의 일기로 보는 전쟁의 공포]
어느 경우에건 전쟁의 타당성이 성립하는 경우는 없는 것 같다. 어떤 이유에서 비롯된 전쟁이건 전쟁은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담보로 하기 때문이다. 어려서 안네 프랭크의 일기를 보면서 섬뜩한 전쟁의 공포를 경험했던 기억 때문이기도 하지만 얼마 전부터 조금씩 접한 소년병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전쟁 속에 노출된 아이들이 겪는 아픔에 더 절감하게 된다.
1차대전부터 이라크전에 이르기까지 전쟁을 겪고 있는 아이들의 일기글 모음집이라는 독특한 구성을 한 이 책은 더 생생한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과연 어떤 사람이 이런 기획을 했는가 궁금해서 살폈더니 바로 이 책 속의 한 일기의 주인공인 즐라타 필데포빅이다. 사라예보에 살면서 보스니아 전쟁을 경험한 열한 살 소녀 즐라타의 일기는 '사라예보의 안네의 일기'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고 한다. 생생한 경험과 열한 살 소녀만의 섬세한 느낌을 담아 쓴 즐라타는 성인이 된 지금은 유니세프 등에서 활동하면서 아이들에게 자신이 겪었던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일도 한다. 그녀의 이런 노력은 책의 서문에서 잘 드러난다. 전쟁을 겪은 혹은 지금도 겪고 있는 아이들의 일기를 통해서 좀더 전쟁의 실상을 제대로 알기를 바라는 것이다. 제대로 전쟁의 참상을 알아야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가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단순히 누군가의 일이 아니라 지금 현재에도 일어나는 전쟁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방관이 아니라 노력을 통해서만 평화를 우리 곁에 머물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1차대전과 2차대전, 유태인 대학살을 경험한 아이, 베트남 전과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분쟁, 이라크 전, 보스니아 전..이런 전쟁을 직접 경험한 아이들의 일기에 앞서 전쟁에 대한 간단한 배경과 설명을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어제 길에서 보았던 이웃이 곁에서 죽어가는 장면, 널린 시체들과 폐허가 된 전쟁터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아이들의 일기는 꾸밈도 가식도 없이 그대로 전쟁의 아픔이 전해진다.
아이들의 일기를 읽으면서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은 이것이 바로 실제 과거의 일이었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일어나는 전쟁의 모습이라는 점이다. 세상에 전쟁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평화적인 해결을 바라는 마음이 간절할 것이다. 그 중에서도 아무것도 모르고 전쟁의 최대 피해자가 되는 어린 아이들의 상처와 아픔을 생각하면 그런바람이 더 간절해진다. 아픔..아픔이 남는다. 그리고 즐라타의 말처럼 방관이 아닌 우리의 관심으로 평화를 이끌 노력이라는 숙제를 가슴에 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