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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지팡이 여행 ㅣ 사계절 그림책
에이다 바셋 리치필드 글, 김용연 그림, 이승숙 옮김 / 사계절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해주는 마법의 지팡이]
대학을 졸업하고 한동안 시각장애인 복지단체에서 활동한 적이 있었다. 내게는 참으로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만큼 우리 주위에는 장애를 가진 사람과의 접촉이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단순히 앞을 못보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다였는데 그곳에서 일하는 동안 시각장애인들에 대한 새로운 모습과 조금 더 넓은 이해로 그들의 불편함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도 길을 가면서 시각장애인과 관련된 점자 표지판이나 건널목의 소리나는 신호등같은 것에 대해서 아이에게 이야기해 주게 된다. 그렇게 조금씩 알려주면서 길에서 만나게 되는 시각장애인들에 대한 열린 마음을 갖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활 속에서 장애인들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어렵다기 보다는 그만큼 관심이 적어서 떠올릴 기회가 많지 않을 테니까.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간접 경험이기는 하지만 가까이 하는 책을 통해서 많은 부분들을 건드려줘야 한다고 여긴다.
[흰지팡이의 여행]이라는 제목을 보면서 분명 이 그림책에는 우울함보다 희망이 많이 담겼을 거라고 예상했다. 지팡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희망의 무지개도 보이고..
시각장애인의 대다수가 후천적으로 된다고 하니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책 속의 주인공도 점차 잃어가는 시각때문에 안타까움을 남긴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안타까워서 발을 동동 구르고 마는게 아니라 앞으로 살아갈 수 있는 희망과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소녀는 안보이는 눈을 대신해서 흰지팡이를 받아든다. 그렇게도 거부하고 싶었던 지팡이..그렇지만 이 지팡이가 안보이는 길을 안내하는 것 외에 정말 정말 눈으로도 볼 수 없는 세계로까지 인도하게 됨을 깨닫는 모습을 보면서 나 역시 아이에게서 희망을 배운다. 보인다는 교만으로 우린 소중한 것을 너무도 알아채지 못하는 까막눈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마음의 문을 열게 해주는 소녀의 흰지팡이는 시각장애인 들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마법의 지팡이라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