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 수탉 분투기 마음이 자라는 나무 16
창신강 지음, 전수정 옮김, 션위엔위엔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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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탉의 세계에도 인생이 녹아있더군]

정말 재미있다. 읽는 내내 수탉의 관점으로 보는 닭의 세상과 인간의 세상에 대한 표현에 넋이 빠질 정도로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다. 이 수탉이 자리 잡은 이 곳이 어디일까도 내내 생각하면서 말이다.

작년부터인가? 유독 중국인의 문학작품이 많이 소개되는 것 같다. 내가 늦되게 알아챈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요즘은 청소년 도서나 아동 도서 가운데 중국문학시리즈라는 명칭을 내걸고 아에 중국문학을 소개하는 곳도 생겨났다. 한동안 일본 작품에 열광하면서 보던 사람들도 많았는데 이제는 그것만큼 많이 소개되는 중국작품을 보면서 약간의 거부감도 없잖아 있었지만 읽는 작품 족족 착~ 달라붙는 맛에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동양권이라는 점때문인지 분명 살아가는 방식이나 가치관에는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중국색이 드러나지 않는 작품이 많이 소개되기 때문인지 어린이나 청소년 대상으로 소개되는 작품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사실 이 작품을 처음 보고 전국작가협회 우수 아동문학상을 세 차례나 수상했다는 작가의 경력과 책의 맨 뒷부분에서 찾아낸 그린이에 대한 약력을 보면서 중국 아동문학계를 주름잡는 사람들로 구성되었구나 짐작은 했었다. 그렇지만 묘하게도 읽는 내내 중국색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명칭도 그렇고 그림에서도 그렇고..지금 이 공간이 대체 어디지? 우리 나라라고 해도 괜찮을 만큼 구애박지 않고 읽게 되더라. 단지 주인공 수평아리와 그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닭의 세계와 그 속에 투영되는 인간세상을 바라보는데 집중할 뿐이었다.

한마디로 명쾌하게 수탉 분투기를 통해서 자존감을 되찾으려는 세상을 엿보았다고 해야겠다. 읽으면서 많은 작품이 생각났다. 우리 나라 작가의 [마당을 나온 암탉]부터 [오!행복한 카시페로] 그리고 아이들과 보았던 [꼬마돼지 베이브]까지..동물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세상에도 자존감을 찾으려는 모습은 인간사와 똑같기에 늘 감동의 여훈을 남긴다. 커밍아웃을 비롯해 반칙없이 자리를 잡기 위해 참는 모습, 위험에 처한 암평아리를 구하거나 이미 나이든 이웃집 수탉에게 저주는 척하면서 상대의 권위를 세워주는 모습,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유를 찾기 위해 모든 닭과 병아리를 데리고 탈출을 감행하고 길에서 눈을 감는 모습까지..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수탉 한 마리를 통해서 보는 세상은 웃음과 감동 그 자체였다.

무겁지 않게 읽으면서도 풍자와 비유를 통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좋은 수탉이 되기는 어렵지만 양질의 고기닭이 되는 건 쉽다고 한다. 본문 속에 나오는 이 말은 허겁지겁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허를 찌른다. "넌 좋은 인간이 되기 위해 사느냐? 아니면 살아지니까 대강 살아가냐?"라고 도도하게 물어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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