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준 손가락 - 네 손가락 희아와 열 손가락 엄마가 만들어낸 기적의 인생 이중주
우갑선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희망을 전하는 네 손가락의 천사와 엄마]

벌써 3년이 흘렀나 보다. 딸아이와 희아에 대한 책을 읽고 정말 한 번쯤 만나보고 싶은 사람으로 손꼽고 있었는데 공연 소식을 듣게 되었다. 구민회관에서 열리는 희아의 피아노 음악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너시간 전부터 줄을 서서 딸아이와 난 희아와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대에 들어선 희아는 정말 작은 키에 뒤뚱거리면서 어눌한 말투로 관객을 향해 말했지만 그 표정 속에는 뭐라 표현하기 힘든 희망이 가득했었다. 그 희망을 담은 피아노 선율은 듣는 이들을 충분히 감동시켰다. 희아의 매 공연마다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이 있다고 하는데 그 날도 희아의 무대에 엄마가 나왔다. 그리고 자신이 갖고 있는 희아에 대한 희망을 잠시 풀어놓는데 정말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던 것 같다. 인생을 살면서 정말 무엇이 중요한가를 다시 한 번 깨닫는 순간이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그렇게 많은 엄마들의 가슴에 아이를 키우는 진정한 의미와 희망을 전해주었던 희아의 엄마, 우갑선씨가 책을 한 권 냈다. 그동안 여러 작가들의 의해 쓰여진 희아의 이야기나 혹은 희아의 일기는 있어도 희아의 엄마가 직접 가족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은 없었다. 그랬기에 그 어느 책보다 정말 진솔하게 희아와 엄마의 이야기를 듣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우갑선씨에게는 타고난 따뜻한 마음과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나 보다. 그녀가 두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장애를 가진 희아의 아버지와의 결혼을 한 것을 보면 말이다. 아이를 가진 것도 모르고 약을 먹는 바람에 장애아를 낳을 것을 알면서도 결코 생명을 포기하지 않은 그녀의 고집을 봐도 알 수 있다. 희아를 낳으면서 그녀가 택한 삶은 희아를 보살펴주는 엄마가 아니라 희아를 이 세상에서 홀로 살아갈 수 있게끔 도움을 주는 엄마로써의 삶이었다. 그랬기에 그녀의 글을 읽다보면 정말 독한 마음으로 희아를 다그칠 때가 많아 가슴이 아팠다. 그녀의 독한 마음은 희아가 세상에서 홀로 서게 하는 힘이 됨을 알기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그렇게 하는 엄마의 가슴이 얼마나 아팠을까 생각하게 된다.

희아에게 피아노를 세상을 향한 소통의 매개체로 잡아준 그녀의 노력은 정말 대단했다. 물론 하루에 10시간 이상 피아노를 치면서 연습하는 희아의 노력도 말할 나위 없지만 말이다. 모녀에게 피아노는 또 하나의 삶이자 생명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웃으면서 어려웠던 과거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책을 읽는 독자들은 희아 가족의 아픔과 고난을 충분히 알 수 있다.

희아와 그녀의 엄마가 빛을 발하는 건 어려운 피아노 곡을 쳐냈기때문이 아니라 희망을 잃지 않고 세상으로 나아가는 모습 때문일 것이다. "으악~ 괴물이다"라고 외치면서 놀리는 아이들을 향해 "그래 나 괴물이야. 그런데 나랑 같이 놀자."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하던 어린 희아를 보면서 세상을 향해 주눅들고 돌아서는 대신 당당하게 세상 속으로 걸어들어가기로 한 이 모녀의 삶..정말 희망을 전하는 천사와 엄마라고 말하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겠다. 그녀의 자서전을 통해서 다시 한번 내가 누리고 있는 삶에서 난 얼마나 고마움을 갖고 사는지, 얼마만큼 세상을 긍정적으로 살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뒤돌아 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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