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마와 미얀마 사이 - 미소의 나라 버마와 군사정권 미얀마 양극단의 두 세계를 위태위태하게 걷는 여행
세가와 마사히토 지음, 정금이 옮김 / 푸른길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미얀마 속에서 찾은 버마의 미소]

사실 이 책은 여행서의 개념이라기 보다는 사회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미얀마라는 나라에 대한 실태보고서 정도로 오해하고 있었다. 얼마전 싸이클론으로 큰 피해를 입은 미얀마. 그러나 국제적인 도움의 손길마저 거부할 정도로 폐쇄적인 이 나라에 대해서 다시 한번 관심이 갔다. 순식간에 부모를 잃은 어린 소녀가 이재민 피난처에서 만난 어린 아기를 마치 제 동생인냥 돌봐주는 모습에 사람이 그리워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취재진의 관심과 더불어 다음날 아무도 모르는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겨야만 했던 소녀..그녀가 있던 곳이 바로 미얀마 였다.

처음에는 조금 무겁게, 두렵게 책을 대했지만 내 예상과는 달리 이 책은 말 드대로 버마와 미얀마 딱 그 사이를 다루고 있었다. 아름다운 자연풍경과 소수 민족이 살아가는 특이한 모습을 여행자의 눈으로 담을 수 있는 버마와 독재정치하에 숨죽이면서 자유롭지 못하게 사는 미얀마 사람들의 생활 자체도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은 버마와 미얀마의 사이에서 한 나라의 두 가지 모습을 다 들여다 볼 수 있다.

여행자의 눈에 비친 아름다운 풍경, 사실 그 보다 이 책에서 손꼽아 찾는 멋진 사진은 풍경을 담은 것보다 버마 사람들의 미소를 담은 사진이 더 인상적이다. 마약을 생산하면서 사는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혹은 삶에 지쳐 사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작가의 사진 속에 담긴 버마 인들의 미소는 정말 잊을 수가 없다. 마치 이들은 자유롭게 사는 평화로운 사람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실상은 군사독재정치 하의 미얀마 인들에게는 자유라는 것이 부재해 있다. 정부에 조금이라도 해가 되는 말을 하면 그 즉시 잡혀갈 만큼 철저하게 표현의 자유도 통재받는 나라였다.

이 나라의 곳곳을 여행하면서 많은 모습을 담고자 한 저자의 마음에는 버마의 비경뿐 아니라 통제받는 미얀마 사람들의 실상도 그 모습 그대로 보여주고자 했던 것 같다. 그래서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풍경과 소수민족의 독특한 생활양식 사이에 현재 사람들이 겪는 문제점들을 깊숙이 찔러주고 있었기에 읽는 독자들은 여행서 같은 느낌도 받으면서 외면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점을 안고 있는 한 나라의 모습을 깊이 있게 성찰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한 권의 책을 정말 꼭꼭 씹어 읽게 된다.어느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감정이 인 것은 통제 속에서도 이 나라의 모습을 담아내고자 한 저자의 사진들과 빼곡히 깨알처럼 들어선 이 나라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아주 동떨어진 느낌의 서양의 멋진 나라들과는 달리 열강의 침략과 지배 속에서 소수민족이 분열을 일고 현재는 군사독재정권 아래서 자유를 위한 민중의 몸부림이 일기 시작했기에 우리와 비슷한 점을 찾을 수 있어서 더욱 그랬나 보다. 책의 가장 마지막의 사진이 아직도 생각난다. 소의 등 위에서 두 팔을 벌리고 하늘을 향해 날듯한 아이의 모습과 값싼 중국제 옷을 걸치고 천진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던 아이들의 모습이 말이다. 어느 곳이든 미래를 향해 자라는 순진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려온다. 이 아이들에게 좀더 나은 나라가 되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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