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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왕 가족 - 도깨비 꼬비의 실습일기
배봉기 지음, 이형진 그림 / 산하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도깨비가 등장하는 우리나라의 많은 이야기는 인간세상에 온 도깨비들의 실수담이 흥미롭게 전개되는게 보통이다. 나 역시 [도깨비 꼬비의 실습일기]라는 부제목을 통해 가벼운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어린 도깨비의 눈에 비친 인간세상의 아이들모습은 그린 가볍고 간단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점점 마음 한 구석이 아파왔다.
도깨비 꼬비가 실습일기를 위해 정보수집차 인간세상에 발을 들여놓는다 .그 과정에서 만나는 다섯가지 사건을 옴니버스 구성으로 보여주는 이 작품은 도깨비 꼬비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대부분 도깨비들은 인간세상을 동경하거나 혹은 인간세상을 낯설어 하는 인물이다. 역시 이 작품 속의 꼬비 역시 인간세상에 첫발을 디딘 점에서 여느 도깨비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꼬비의 눈에 비친 인간세상의 아이들 모습은 정말 괴상하기 그지 없다. 상식과는 다르게 , 혹은 겪지 말아야 할 아픔을 짊어지고 사는 아이들이 보인 것이다. 도깨비 꼬비의 눈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새롭게 바라보는 눈, 다시 말하면 우리의 삶을 순수하게 제대로 성찰하는 인물로 볼 수 있다.
꼬비가 만난 아이들은 반장선거에서 이기려고 물량공세를 하거나 영어왕대회에서 승자가 되지 못해서 주눅이 들어 있거나 혹은 술먹은 아버지로 부터 구타를 당하고, 어른들이 원하는대로 학원에 갖혀 시간대별로 공부를 하는 자유롭지 못한 아이들이었다. 정말이지 행복하게 사는 아이가 없었다. 원치 않은 일을 하면서 혹은 학대를 받으면서 무거운 마음으로 살아가는 아이들..바로 지금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라는 점에서 마음이 무척 무거워졌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이지만 실은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읽으면서 반성을 해야 하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어른들에게는 아이들에게 누릴 자유를 줄 실마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고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꼬비를 통해서 조금은 통쾌함을 느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