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산중일기 - 최인호 선답 에세이
최인호 지음, 백종하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산사의 절경 속에 인생이 묻어나다]
최인호라는 이름 석 자만으로도 세인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한 조건이 되지만 사실 난 이 책에서 최인호라는 대작가보다는 산사의 절경이 녹아난 백종하님의 사진에 더 마음을 빼앗겼다.
작년에 운 좋게 남도 문학기행을 다녀오게 되었다. 흔치 않는 기회지만 아이들이 있는 주부로써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 단 한번 뿐인 기회가 아닌가 싶어서 모든 것을 뒤로 하고 나를 위한 결정을 내렸다. 단 3일간만 아이도 남편도 잊고 오직 나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자고 굳게 결심을 하면서 말이다. 이런 결심을 하고 나서 내 나이를 세어보니 아~ 참으로 많은 시간을 여기까지 걸어왔다는 걸 알았다 .이제 낼모레면 40이 되는 내 얼굴에는 어느새 눈가에는 주름이 자글자글하고 어느새 새치가 아닌 흰머리카락이 너무 많아서 뽑을 엄두도 못내는 지경이 되었다. 그렇게 잠시 멈춰서서 돌아본 내 모습은 그랬다.
누구의 엄마가 아닌 내 이름 석자를 가지고 떠난 남도 문학기행에서 주로 산사를 많이 가게 되었다. 비를 맞으면서 오른 산속의 절은 그야말로 인간세상이 아니었다. 그 한가운데 있노라면 평소에 명상을 잘 하지 않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어느새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종교와는 상관없이 산속에서 만난 사찰은 내게는 큰 감동을 가지고 왔다. 그렇기에 산중일기라는 제목만으로도 작가 최인호가 자신의 삶 속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과 경험을 잔잔히 들려주는 감동이 있겠구나 짐작을 했다.
최인호는 산중일기에서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거창하게 인류나 고차원적인 인생이 아니라 단지 지금까지 자신의 인생의 시간 속에 쌓인 경험들과 그로 인해 생긴 자신만의 감성으로 생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 잔잔한 인생의 넋두리일 수도 있을 법하다. 난 그런 넋두리가 결코 값어치 없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되려 있는 듯한 미사여구를 동반해서 그럴 듯하게 인생을 이야기하는 태도가 오히려 거추장스럽게 느껴질 뿐이다.
산중일기를 통해 북쩍거리는 도시의 빠른 템포의 삶을 벗어나 조용하고 맑은 산 속의 풍경을 음미하고 그 한가운데서 최인호의 독백을 통해 자신의 삶에 대한 기억도 다시금 더듬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