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담은 토기 숨은 역사 찾기 4
고진숙 지음, 최서영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백자와 청자의 우아함도 투박한 토기에서 비롯되었음을]

 
중앙박물관에 가면 제일 먼저 만나는 것이 선사시대 유물이다. 구석기 시대와 신석기 시대에 등장하는 다양한 유물 가운데 교과서를 통해서 익숙하게 만난 것이 있으니 바로 빗살무늬토기이다. 신석기를 대변하는 유물 가운데 하나인 빗살무늬토기..이 토기를 비롯해서 토기의 변화와 발전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익숙하지 않은 청동기 시대의 민무늬토기를 바라보면서 왜 지역마다 토기의 밑부분이 다른 형태를 띠고 있는지, 아름답던 무늬가 왜 발전했다고 하는 청동기 시대에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민무늬가 되었는지 그런 것들이 궁금했었다. 그렇지만 우리 나라 토기에 대한 흐름을 집어볼 만한 책을 만나지 못했었고 박물관의 자료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었기에 늘 안타까웠다.

 
역사의 흐름을 담고 있는 토기!!

그 의미는 책을 읽는 과정에서 저절로 수긍되는 측면이 많다. 단순히 시대별로 토기의 변화와 흐름을 담아놓은 정보서가 아니었다. 토기의 형태가 왜 변할 수 밖에 없고 무늬와 색이 변하게 되는지 그 과정을 인간이 살아가는 역사의 흐름 가운데서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이하여 설명하기에 정말 마음에 든다. 단순한 이름으로 외우는 정보는 이미 학창시절에 질리도록 했기에 지금 책을 접하는 나를 비롯해서 우리 아이들에게는 왜? 라는 물음에 대답해 줄 수 있는 책을 늘 갈구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물음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가지고 있는 정말 성실한 책이라는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다.

 
토기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적 흐름과 그 맥락을 같이 한다. 채집과 수렵을 하더라도 약간의 남는 음식을 담아놓을 수 있는 토기의 등장은 잉여 산물을 저장하는 시초라 할 수 있다. 단순한 저장과 불을 이용한 조리적 의미에서 토기의 의미와 가치도 점차 발전하게 된다. 정착생활을 하고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더 많은 잉여생산물이 나오고 그것을 저장하고 조리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더 튼튼한 토기를 만들기 시작한다. 단순히 흙은 빚어서 그늘에서 말리는 토기에서부터 불을 이용해서 좀더 단단한 토기를 만들고 다시 좀더 높은 온도에서 더 단단한 토기를 만들고자 사용하는 흙을 달리하고 온도를 높이는 방법을 연구한다. 그런 가운데 토기는 형태와 재질이 달라지고 굽는 정도에 따라서 다른 색을 띠게 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단순히 온도와 흙의 성분에 따라 달라지던 토기의 색에 의미를 담아 색을 나타내기 위한 노력이 가미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 저장에서 시작되었던 토기는 시대를 거치면서 점점 내공을 쌓은 단단한 토기로 변모해 가고 굽는 온도가 높아질 수록 단순한 용기로써의 토기가 아니라 부와 권위를 상징하는 의미까지 내포되는 토기로 발전해 가는 과정을 엿보게 된다.

 
저자는 단순한 토기의 정보뿐 아니라 시대순으로 역사적 흐름을 살피면서 다양한 토기가 등장하고 발전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제시해 주기에 이 책 한 권에서는 토기를 통해 역사적 흐름도 살펴 볼 수 있는 것이다. 세상에 가치 없이 만들어 지는 것은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하는 책이었다. 도자기에 비해서 턱없이 초라해 보이는 토기는 도자기라는 우아함과 멋을 담기 이전에 미적 양식보다 인간의 필요성과 가능성에 의해서 더 다양하게 변모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세계 누구도 따라갈 수 없다는 고려청자와 백자의 그 기법의 원동력을 투박한 토기에서부터 찾아 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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