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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는 기름 바다에서도 숨을 쉴 수 있나요? ㅣ 미래 환경 그림책 2
유다정 지음, 박재현 외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5월
평점 :
[바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어머니였음을...]
사람들은 너무 쉽게 잊고 너무 쉽게 분노하다 사그라든다. 우리 나라 사람들만 그런가? 실은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너무 쉽게 끓어오르다 식고 복잡한 일상에서 쉽게 잊는 법을 배워가는 것 같다. 작년에 태안반도에서 유조선이 사고가 나면서 순식간에 서해안 앞바다가 시커먼 기름에 뒤덮인 일이 있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자원봉사 활동을 가고 전국의 국민들이 태안 앞바다를 살리고자 모금 운동을 하고 사과 한 마디 하지 않는 기업과 무능한 대처로 속을 태우게 한 정부에 분노했었다.
그런데 몇일 전의 신문을 보니 태안 바다에 관광객이 찾아들기 시작한다..는 문구의 기사가 눈에 띈다. 참상이 빚어졌던 그 곳을 찾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마음일까? 적어도 내 생각에는 단순한 나들이를 위해서 그곳을 찾는 사람은 아직 없지 않을까 싶다. 모든 생물이 죽어나간 그 바다가 지금은 어떤 모습인지 확인하러 찾은 사람들이지 않을까?
당시 이 거대한 재앙을 보고 미국에서 똑같이 유조선 사고를 당했던 곳의 봉사단은 다시금 정화된 갯벌을 찾으려면 적어도 100년의 세월을 걸릴 것이라고 했다. 몇십년? 그것으로 예전같은 자연을 되찾기에는 너무 버겁다는 것을 사람들을 알아야 한다.
어머니를 바다에 잃은 한 소녀가 할머니와 나누는 책머리의 대화부터가 가슴을 짠하게 만드는 책이다. 엄마는 인어가 되어서 딸을 계속 지켜봐 주고 물개나 다른 바다생물 친구들을 대신해서 보내고 있다는 말..그런 딸에게 기름으로 뒤덮인 바다는 엄마와의 끈이 끊어지는 계기로 여겨진다. 바다를 터전으로 삼고 살았던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바다를 보면서 이제는 자신들도 더 이상 살 수 없음을 한탄하는 장면은 남의 일이 아닌 불과 몇 달 전의 우리 이웃의 일이기에 가슴이 더 아프다. 엄마를 대신해서 찾아오는 친구는 없지만 다시 바다가 깨끗해지면 인어가 된 엄마가 다시 찾아오고 엄마의 바다 친구들도 다시 찾아오리라는 생각에 소녀도 바닷가 사람들도 모두 바다를 살리는데 힘쓰게 된다. 두꺼운 기름층만큼이나 오랜 기다림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렇게 삶의 터전을 지키려는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푸른 바다의 미래가 약속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너무 쉽게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참 이슈가 되던 당싱의 일을 뉴스를 통해서 아이에게 전달해주면서 안타까워 했는데 이제는 잊혀져 간다는 생각을 하니 좀더 긴장하고 정신을 깨우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태안반도의 기름 유출 사고를 배경으로 어머니를 잃고 바다를 어머니 삼아 지내는 소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누구의 바다도 아닌 우리들의 바다, 어머니임을 깨달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