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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네가 왔고 우리는 가족이 되었단다 ㅣ 뜨인돌 그림책 3
안네테 힐데브란트 지음, 알무드 쿠네르트 그림, 유혜자 옮김 / 뜨인돌어린이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가족의 의미]
가족은 혈연 중심으로 이루어진다고 뿌리깊은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우리 나라에서 입양이라는 단어는 쉽게 떠올리지 못하는 말이다. 입양을 한다...입양된 아이...그렇지만 따지고 보면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낳는 과거의 일을 돌이켜 보면 혈연을 그렇게 따지는 우리네 입장도 어찌보면 무척 유교적인 관습과 남성 중심의 사고관에 깊이 길들여져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고아수출국 1위라는 불명애는 세월이 흘러도 퇴색되지 않는 것은 아직도 혈연 중심의 경직된 사회가 낳은 또 하나의 불명애일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설사 아이를 입양했다 하더라도 주위의 모든 사람이 모르게 쉬쉬 하면서 아이의 출생을 비밀로 간직한다. 그 이유는 구지 들춰내지 않아도 알고 있다. 내가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아직까지 우리 사회의 시선은 한부모 가정이나 다문화 가정, 혹은 입양아 가정에 대해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 때문이다. 나와는 상관없고 피해를 주지 않는다해도 그 불필요한 관심과 입방아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입는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외국의 입양아와 그 부모의 이야기를 다룬 이 책에서는 우리네와 참으로 다른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부모의 사랑을 받으면서 자라는 리자는 자신을 입양한 지금의 양부모에게 자신이 함께 살게 된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한다. 이야기의 처음부터 사실 우리나라 독자들이라면 약간 당황하게 될 것이다. 어린 소녀가 아무렇지도 않게 양부모에게 자신의 입양된 이야기를 해 달라고 하니 말이다...
이것이 사고 방식의 차이일까? 외국의 경우는 아이를 입양한 경우 그것을 비밀에 부치는 경우는 아주 드문 것 같다. 구지 밝히지는 않더라도 아이가 자라면 사실을 자연스럽게 입양했다는 사실을 밝히거나 혹은 아이가 먼저 알게 된다고 해도 상처를 받지 않도록 사실대로 이야기를 해 준다. 그러면서 지금의 자신들이 얼마나 그 아이를 사랑하고 있는지 그 믿음을 심어준다. 내 배가 아파서 낳은 아이가 아니지만 함께 살면서 누구보다 우린 널 사랑한단다..그 한마디로 아이들을 방황 대신 부모의 사랑을 굳게 믿게 되는가 보다. 그러면서도 아이가 자라서 친부모를 찾고자 한다면 그것도 존중해 주는 것 같다. 자신의 뿌리를 알고자 하는 것에 대한 인정이 분명하다.
과연 낳아주고 키워준다는 것은 무엇일까? 아이를 낳기만 하면 부모가 될 거라는 잘못된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키운다는 의미를 좀더 깊이 생각해 볼 기회를 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혈연만 중시하게 되는 가족은 가족이 가져야 할 믿음과 사랑의 중요성을 가끔 잊을 때가 있다. 정말 중요한 것은 가족이 함께 생활하면서 생기는 서로에 대한 신뢰와 사랑인데 말이다.
리자가 지금의 부모와 그렇게 가족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서 사랑만이 가족을 형성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힘이 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리자가 자신을 낳아준 부모를 생각하면 외면하지 않고 리자가 그린 친부모의 그림을 가족 사진첩에 나란히 꽂아 줄 수 있는 여유와 믿음 그것이 바로 지금의 현대 사회에서 가족을 지탱해 주는 진실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