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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바라 괴물의 날
장자화 지음, 전수정 옮김, 나오미양 그림 / 사계절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기발한 상상력을 통한 인생 설계]
"자~ 이제부터 코내시경을 해보겠다~"
하라바라 괴물의 날을 읽고 우리 집에서는 코내시경이 유행하게 되었다^^ 이 작품집에는 총 4편의 이야기가 실리는데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이야기가 바로 [하라바라 괴물의 날]이다. 이 작품에 나오는 코내시경이 아주 인상깊었던지 책을 읽고 난 딸아이는 자신도 당나귀 아줌마처럼 코내시경을 통해서 친구들의 과거와 고민까지 싹 알아내는 실력을 갖고 싶다고 한다.
하라바라~정말 멋드러지게 잘 지어낸 말이다. 우리 자랄 때는 정말 보기 힘들었던 타이완 작품이 요즘에는 아이들 창작동화에서 간혹 보이고 있다. 얼마전에도 대만 작가의 작품을 읽고는 기발한 상상력에 즐거움을 느꼈는데 이번 작품 역시 작품의 구성이나 내용을 떠나서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이 가장 인상적으로 남았다.
웃지 않는 병에 걸린 주인공 제리가 휴식차 떠나고자 했던 곳은 '신기한 나무 빌딩'이다. 그렇지만 기찻길을 점령한 개구리떼 덕분에 기차는 역에 정차하고 그 사이 잠깐 화장실을 다녀온 제리만 두고 기차는 휑하니 떠나고 만다. 그렇게 해서 제리가 하루를 보내게 된 마을에서 제리는 하라바라 괴물의 날에 대한 경고를 듣지만 이를 무시하고는 결국 당나귀 모자의 놀잇감으로 선택되고 만다.
당나귀 모자와 제리, 개구리떼가 함께 어울려 놀이 아닌 놀이를 하는 장면은 재미있기도 하면서 어떻게 이런 상상을 했을까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무사히 하라바라 괴물의 날을 넘기고 일상으로 돌아간 제리가 선택한 것은 바로 웃음주식회사를 차리는 것이다. 하루의 경험을 통해서 그는 잃어버린 웃음과 행복의 가치를 알았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1년 뒤 똑같은 하라바라 괴물의 날에 어김없이 제리를 찾아온 당나귀 모자와의 한판 게임을 과연 제리는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라바라 괴물의 날]을 비롯해 서로 상관 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세 편의 작품도 인상적이다. 작품이 서로 연관성을 가지면서도 그 내용 하나하나가 현실과는 상관없는 상상의 세계를 그린 듯하면서도 결국 꿈과 같은 모든 것은 삶의 여정에서 필요한 것들이라는 하나의 구심점으로 모아지게 된다. 작강의 말처럼 꿈속을 여행하는 듯한 마음으로 인생의 다양성을 설계하라는 것이 이 작품이 아이들에게 보여주고자 했던 상상의 구심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