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 할머니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17
이규희 지음, 윤정주 그림 / 보림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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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왕신에게 듣는 부엌 여인네의 삶]

지금은 부엌이라는 개념이 참 모호해졌다. 점차  생활양식이 서양식으로 바뀌어 양옥이나 혹은 아파트에서 생활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아궁이에 군불을 지펴서 가마솥에 밥을 하던 모양새를 엿보려면 민속촌이나 한옥마을을 방문해야 '부엌'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아이들과 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솔거나라시리즈. 윌 전동문화를 다룬 그림책이라는 점에서 유아기때 꼭 거쳐갔으면 하는 책으로 손꼽는다. 이번에 나온 [부엌할머니]는 옛날 여인네들의 삶에서 너무도 중요했던 부엌신인 조왕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단순히 조왕신에 대해서 설명하기보다 부엌할머니라고도 할 수 있는 조왕신을 통해서 옛날 여인네들의 부엌삶을 엿본다고 말하는 편이 나을게다.

갓시집온 며느리 봄이 할멈을 회상하면서 부엌할머니(조왕신)는 옛기억을 더듬어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집오면서부터 쉽지 않은 시집살이가 부엌에서 시작되고 불을 꺼트려 조왕신의 노여움을 사 혼줄이 나기도 한다 .조왕신의 노여움을 풀기 위해 상을 차려올리기도 하고 정월 열나흗날 밤 부잣집 문간 흙을 훔쳐 부뚜막에 바르면서 복을 바라는 일까지..조왕신이 들려주는 복이 할멈의 삶은 어찌 보면 조왕할멈의 삶이기도 할게다. 복이 할멈이 며느리로 들어와 아이를 낳고  차츰 살림을 도맡아 하고 나이들어 자신과 같은 할머니가 되어서 이제는 모시는 신에서 보이지 않는 친구같은 신으로  말을 걸기도 하니 말이다.

옛터전에서 자꾸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안타까움은 이 책에서도 느낄 수 있다. 봄이 할멈의 식구들은 하나둘 도시로 떠나고 봄이 할멈이 삶의 터전도 아파트가 들어서 헐리게 되었다. 마지막 헐리는 집을 보기 위해서 모여든 봄이 식구를 위해서 뭔가 먹거리를 준비하고자 눈물 짓는 부엌할머니의 말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부엌할머니가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인지 알겠다는 마지막 말에는 시대가 바뀌어도 우리집 부엌에서 이 조왕신이 우리 가족의 먹거리를 챙겨주고 건강을 헤치는 나쁜 기운을 막아주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너무도 옛것을 많이 잊고 살기에 이런 책을 만나 아이들에게 하나씩 우리의 전통문화를 들려주는게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 우리집에도 내가 미처 제대로 모시지 못한 우리 가족의 부엌할머니를 한동안 생각하게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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