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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호리의 비밀 ㅣ 파랑새 사과문고 63
허수경 지음, 이상권 그림 / 파랑새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꼬마 도깨비 다비와 떠나는 신나는 모험]
판타지라고 하면 외국소설을 많이 떠올리던 경향에 일침을 가하는 멋진 우리 나라 작가의 작품을 얼마전에 만나고 우리나라 판타지에 대해서 관심이 늘었다. 허수경이라는 걸출한 시인이 쓴 작품이라는 것만으로도 관심이 갈 만한데 그녀가 시도 수필도 아닌 아이들을 위한 판타지를 썼다니 과연 어떤 작품일까 궁금증이 컸다.
현재 독일에서 생활하면서 고고학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는 허수경 시인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우리 옛글을 읽으면서 달라는가 보다 .방학에는 일연의 삼국유사를 읽고 그 속에 나오는 인물들을 꼽씹었다고 하니 말이다.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 다비나 다른 도깨비는 그녀가 갖고 있는 향수어린 우리 옛것에서부터 돌출되어 나왔다는 것은 작가의 말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옛이야기 속에서나 등장하는 도깨비..어른 도깨비가 되면 사람이 사는 세상을 오가야 하는 도깨비. 그 가운데 겁많고 수줍음 잘 타는 다비라는 도깨비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모든 이야기에는 선과 악이 존재한다. 역시 이 이야기에서 평화롭게 사는 도깨비 마을을 위협하는 악한 존재가 있으니 그가 바로 붉은도둑대왕이다. 원래 인간이었으나 영원한 생명을 얻고자 도깨비 나라에 발을 딪고 마을의 평화를 위협하는 인물이다. 이 붉은도둑대왕을 물리치고 잡혀간 어린 도깨비들을 구하고 도깨비나라를 구하기 위해서는 마루호리와 푸른용을 깨우고 힘을 주어야만 한다. 바로 그 일을 해내는 아이가 겁많았던 다비이다. 그리고 다비의 곁에서 다비를 돕는 친구 인인이. 작가는 마치 어린시절 자신이 갖고 있었던 수많은 상상의 실타래를 풀어놓듯 다비의 모험 과정에 등장하는 수많은 상황과 조건을 풀어놓고 그 기발함과 무궁무진한 상상력에 독자를 몰입하게 만든다 .결국 승리는 다비와 인인이의 것이었지만 대신 붉은도둑대왕에게 벌을 준다는 결말 외에 작가가 택한 것은 그에게 어린 시절을 다시 돌려주는 것이었다. 다시 갓난 아이가 되어서 엄마의 곁에서 사랑을 받고 자라게되는 붉은도둑대왕을 보면서 세상은 선과 악의 대립이 아닌 이해와 용서의 구조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작가가 서문에서 말했듯이 모든 인간의 역사는 다른 사람을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이 발전한 것이라고 하는 것과 통한다고나 할까?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면 작가의 상상력이 곳곳에 배는 멋진 구조가 너무 빠른 템포로 진행된다고나 할까? 분량이 지금 책의 두 배 정도가 되어 좀더 세세한 묘사를 했다면 읽는 맛이 더했겠다 싶은 생각은 있다. 고고학자이자 시인인 작가가 만들어낸 아이들을 위한 판타지 동화. 정말 말깔스럽게 읽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