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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할까요? ㅣ 미래그림책 73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원작, 야나가와 시게루 지음, 길지연 옮김, 고바야시 유타카 그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채워도 모자란 인간의 욕심]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인간의 욕심을 들여다 볼 수 있었던 그림책이었다. 원작자가 러시아 대문호인 톨스톨이라고하니 그 무게감을 느끼면서 책을 펼쳤다.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딸이 필요한가?라는 제목만으로도 그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고 있었지만 부모가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읽음으로써 충분히 작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남의 땅을 소작하면서 사는 시골의 농사꾼 파흠은 자신의 작은 땅을 갖고자 하는 바램이 있다. 우연히 작은 땅을 갖게 되고 열심히 일해서 그 땅을 일구어 가면서 파흠은 행복해 한다. 그러나 문제는 땅에 대한 만족이 자꾸만 커져간다는 것이다. 이렇게 땅을 가꾸니 조금만 더 넓은 땅을 원하게 된다. 처음에 작게나마 자신의 땅을 갖고 행복해 하던 파흠이 점차 땅을 넓혀 가면서는 행복과 만족보다는 늘 땅을 지키고자 혹은 넓히고자 하는 불안감으로 채워진다. 그런 파흠의 모습을 보면서 책을 읽는 아이들 역시 불안감을 느낀다. 그것은 한없이 커져가는 파흠의 욕심을 감지하면서 갖게 되는 불안감이었다. 욕심이 커져가는 파흠이 결국에서 행복하지 못한 결말을 맞게 될 거라는 예감 때문에 귀를 곤두세우고 파흠의 땅넓히는 과정을 유심히 지켜보게 된다.
그렇게 땅을 넓히던 파흠에게 해가 지기 전까지 다시 되돌아 올 수 있을 만큼의 땅을 주겠다는 사람의 말에 파흠은 무작정 걷기 시작한다. 자신이 걷는 만큼이 자신의 땅이 된다니 이 얼마나 기막히 횡재가 아닐까? 그러나 역시 문제는 욕심이다. 파흠은 걸으면 걸을수록 조금만 더 넓히고자 하는 욕심때문에 되돌아오기 힘들 정도로 먼 길을 걷는다. 죽을 힘을 다해 원점으로 되돌아온 파흠은 그동안의 자신의 욕심을 이루게 해 준 것이 바로 악마임을 알고는 힘에 겨워하면서 죽음을 맞이한다. 결국 인간에게 필요한 땅은 죽음을 맞아 자신의 몸을 누일만큼의 땅이라는 것을 알지도 못한채 말이다.
아이들의 그림책이지만 함께 읽다보면 어른들도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사람의 끝없는 욕심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 모르지만 올바른 사람이라면 그 욕심을 조절하는 힘도 함께 키워야 할 것이다. 그런 힘을 키우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채워도 모자란 인간의 욕심을 들여다 보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