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가진 아이 사계절 중학년문고 9
김옥 지음, 김윤주 그림 / 사계절 / 200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음 속의 불, 마음 밖의 불]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은 무엇일까? 물론 가정의 화목과 부모의 애정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할 것이다. 그만큼 안정된 가정에서 부모의 사랑을 받는 아이들이 그만큼 다른 사람과 사회에 애정을 갖고 성장할 거라는데에 동감한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성장할 수 없는 여건의 아이들은 어떤가?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이 가장 큰 원인이기는 하겠지만 열심히 살려고 해도 매번 어그러지는 현실에 좌절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 가운데 우리의 아이들 역시 고통받으면서 살고 있는 것이다.

남의 것을 잠시 '빌리는 것'에 익숙해져버린 동배 역시 처음부터 말도 없이 남의 것에 손을 대는 아이가 아니었다. 궁핍한 살림과 아버지의 한 쪽 눈이 실명되는 사건 ,그로 인해 술만 먹으면 엄마에게 행해지는 폭행과 자신을 향한 폭언...그것들이 동배를 불안한 삶 속에 던져버린 것이다. 물론 그런 상황이라고 해서 모든 아이들이 비틀리는 것은 아니겠지만 어린 아이들의 삶을 더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은 가정의 불화 외에도 주변의 비틀리 시선이 큰 몫을 차지한다. 동배가 어려운 상황에 있을 때 조금만 더 친절하게 동배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선생님이 있었더라면.."내 그럴 줄 알았지. 너 같은 녀석이 뭘 보고 배우냐"면서 닥달하는 동네 어른만 아니었다면...

불안정한 상태의 성장하는 아이들은 분명 기댈 수 있는 뭔가를 찾게 된다. 동배에게는 그것이 무엇이었을까? 자신만큼이나 불안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랑하는 엄마에게도 동배를 기댈 수 없었다. 그렇다고 엄마를 지켜줄 힘도 없었다. 동배는 그렇게 세상을 향한 분노와 좌절이라는 불덩어리를 마음 속에 담고 있는 아이였다. 동배가 그렇게 성냥과 라이터에 집착하면서 불장난을 하는 것도 이런 마음의 표현이 아니었을까?세상을 향한 마음 속의 불을 가진 아이 동배, 그리고 동배를 향해 계속해서 분노의 불씨를 던져준 마음 밖의 불은 바로 세상에 있었던 것이다.

예기치 않은 상황이 동배에게는 항상 불리한 현실이 되고 그 가운데 동배는 항상 도피를 하게 되는 모습이 너무도 안타까웠다. 구구단을 못외운다고 구박받았던 그 때의 기억으로 항상 긴장하게 되면 구구단을 외우는 동배의 모습은 가슴 한 구석을 저리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마지막 순간 원치않는 큰 불이 생기고 동배가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른체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은 삶에서 소외된 불안한 성장기 아이들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현실과 사회에 대한 반항심을 가지고 있는 성장기 아이들은 그것을 분출해 내는 과정에서 항상 왜곡된 모습을 보여줄 때가 많다 .실은 우리도 그것을 잘 알고 있지만 받아들이고 대화해내는 과정을 견디지 못하기에 그것이 소통단절의 문제가 되고 만다. 마음 속의 불을 가지고 있는 약자는 역시 어른들이 아니라 자라는 아이들임을 어찌 부정할 수 있겠는가? 동배를 보면서 언제고 마음 속의 불을 터뜨릴 수 있는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그 과정을 책임지고 있는 것은 역시 우리 어른들의 몫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