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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 진경산수화를 완성한 화가 ㅣ 어린이미술관 7
박은순 지음 / 나무숲 / 2002년 11월
평점 :
[산 중에서도 우리 산을 담은 화가였다]
정선은 그런 사람이었다. 산 중에서도 우리 나라의 산을 담은 화가..그에 대한 그림과 글을 살피면서 내린 결론은 그것이었다. 중국의 잘 그려진 산을 습작하거나 모방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산천을 담았기에 정선은 우뚝 설 수 있었던게 아닌가...
정선이 인왕제색도나 진경산수화로 유명하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들추기 전에 사실 정선보다는 김홍도나 다른 조선시대 화가를 통해서 정선의 가치를 조금씩 느끼고 있던 터였다. 화원들이 산수를 그릴 때 제일 기본으로 삼고 모작을 하는 작품이 바로 정선의 산수화라고 한다.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김홍도에 대한 책을 보면서도 김홍도가 정선의 인왕제색도나 금강산을 담은 그림을 모방하여 자기식대로 표현한 그림과 정선을 그림을 비교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꽤 인상적이었다. 아무리 대가라고 해도 닮고자 하는 혹은 표본으로 삼는 대상이 있음에 묘한 감동이 전해지기도 했다.
정선의 그림에 있어서 가장 큰 지지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를 알아준 벗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일찍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려운 집안 형편에서 공부를 하면서 정선은 그림을 놓을 수는 없었다. 그림 그린 붓으로 산을 쌓을만하다고 할 정도로 그의 그림에 대한 애착과 노력은 극진한 것이었다. 그러나 현실의 벽에 막혀 좌절하려는 그 순간에 누군가 버팀목이 되어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정선을 있을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정선의 그림을 인정해주고 진경산수화를 그리도록 부축여주었던 벗은 바로 이병연이었다. 이병연의 시와 정선의 그림이 서로 화답을 하면서 그림의 절정을 향해 치달았음은 짐작코도 남는다.
'아주 겸손한 선비'라는 뜻의 겸재를 호로 지닌 정선은 영조임금에게서도 꼭 호로 지칭될 만큼 인정을 받는 화가였다고 한다. 그의 겸손함과 노력으로 이루어진 금강산 그림도 39살에 시작해서 꼬박 20년이 걸려서야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역시 노력이 아니고서는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없음을 정선의 겸손함과 진중함에서 살필 수 있었다. 중국의 그것이 아닌 우리 산천의 산세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한 정선의 그림을 보면 볼 수록 살아 꿈틀거리는 백두대간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기록화를 그리면서도 인물보다 주위의 산세를 더 강조해서 그리던 정선. 그는 영원한 자연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책의 뒷부분에 제시된 정선의 다양한 표현방법(수직준, 쇄찰준, 미점준, 피마준)등에 대한 정보와 정선의 그림을 단계적으로 따라 그리도록 해주는 가이드가 역시 그림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