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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기러기
폴 갤리코 지음, 김은영 옮김, 허달용 그림 / 풀빛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믿음과 사랑의 기적이 존재하길...]
세상은 너무도 많이 변해간다.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인간들 또한 너무도 쉽게 변해간다. 이 소설은 그렇게 쉽게 변해가는 사람들에게 마음 저 바닥에 있는 그 사랑과 믿은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작은 기적을 일으키는 매개체가 아닌가 생각된다.
사실 어찌보면 이 두 편의 이야기는 읽는 이의 태도에 따라 교과서적인 식상함에 빠질 수도 있지만 반대로 가장 기본적인 믿음과 사랑의 숭고함에 숙연해질 수도 있다. 과연 어느 쪽으로 자신의 마음이 기울지는 자신만의 몫일 게다.
모든 사람에게 외면당하는 어쩌면 스스로도 저주받은 몸뚱이라고 여길지도 모르는 곱사등이로 태어난 필립. 핍립의 곁에는 아무도 없다. 그는 스스로 사람들에게서 떠나왔다. 사람들의 눈길을 견딜 수 없었음이 가장 큰 이유이리라. 필립이 의지하는 두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자신의 그림과 자신이 지키고 있는 등대일 것이다. 외부인의 인적이 드문 필립의 공간으로 다가온 사람은 바로 다친 흰기러기와 아름다운 소녀 프리다. 다친 흰기러기를 치료하면서 필립은 때때로 찾아오는 프리다의 외로운 마음도 함께 치료를 했는지도 모르겠다. 필립의 곁을 흰기러기가 떠나지 못하듯 프리다 역시 필립의 곁을 멤돌게 되니 말이다. 그러나 필립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면서 적군 속에서 병사들을 구하는 일을 하러 떠나게되는 묘한 아픔을 남겨주는 순간을 우린 맞이하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의 곁에 머물고 싶지만 외로운 인생에서 누군가를 위한 일을 할 수 있는 그 순간을 놓아버리지 못하는 필립의 선택..그것은 자기 인생의 가치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순간이었음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필립을 기다리는 프리다의 주위를 멤돌며 마지막 인사를 구하는 흰기러기는 마지막 순간에는 프리다가 아닌 필립의 분신이 되어 프리다와 우리 곁에 남게 된다.
희생과 사랑의 믿음을 보여주었던 곱사등이 필립의 이야기와 비슷하게 두 번째 작품의 페페로 역시 고아인 자신과 가족같이 지냈던 사랑하는 당나귀 비올레타의 마지막 길을 밝혀주고자 한다. 페페로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는 당나귀를 위한 기도가 우습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정과 사랑이 쌓인 당사자에게는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그것이 바로 인생에서 우리가 그 누구의 상황도 나의 것과 비교하여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되는 또 한 가지의 이유이다. 페페로가 비올레타를 위한 마음이 교황에게 전해지는 꽃의 향기로 승화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인간의 마음 저 깊은 바닥에 있던 순수한 사랑과 댓가 없는 희생의 진실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흰기러기]와 [작은 기적]은 너무도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일상에 잠시 휴식의 공간을 마련해 주는 작품같은 느낌이다. 조금만 쉬어가라고..그리고 앞이 아닌 뒤를 보고 옆을 보고 그렇게 나 자신과 주위를 보면서 살라고 말이다. 이런 쉼의 순간이 있어야 우리도 가끔은 마음 깊이에서 울리는 본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나누는 사랑과 함께 하는 믿음의 인생을 살고자 할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