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스퐁나무 보름달문고 25
하은경 지음, 이형진 그림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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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되는 가정, 피할 수 없는 또 하나의 화두]

 

전에는 그런 생각을 했다.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책을 밝음과 희망만을 담아주고 싶다고..그런데 그게 최선을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내 아이가 크면서 바라보게 될 세상이 은빛 세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고 또한 커가는 아이에게 어둠, 혹은 아픔을 감추고 기쁨만을 보여준다는게 불가능하며 아이를 위해서는 이제 모든 것을 조금씩 보여주어야 겠다는 생각. 아픔을 맛보고 성장하는 아이가 나중에 어려움이 닥쳐도 쓰러지지 않을거라는 인생의 진리를 알기에 말이다.

 

현대 가정을 이야기하면서 조금씩 드러나는 문제들은 실상 우리가 겪게 되는 바로 그것들이다. 고령화 사회가 되어가면서 생기는 노인문제, 해체되는 가정에서 겪는 이혼문제, 입양아 문제, 이제는 너무도 많이 보이는 외국인 노동자 문제까지..그게 우리 바로 곁에서 일어나는 가지가지 문제들이다. 이 가운데서 가장 민감할 수 있는 가정의 해체에 대한 이번 글을 읽으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결혼~했으니 책임을 져야지..사랑해서 사나? 살게 되니까 세월이 약이 되니까, 미운정 고운정이 쌓이니까.. 어쩌면 그건 모두 옛말인지 모르겠다. 머리는 그렇지 않지만 마음을 어찌할 수 없어서 새로운 사랑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 ,그리고 결코 회복되지 않기에 이별을 택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기에 말이다. 자식만을 생각하면서 자신을 희생하기만 하는 부모 세대는 이제 옛말인지도 모르겠다.

 

아버지에게 어머니가 아닌 다른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

그게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이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다. 아버지가 어머니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힘들고 그런 아버지를 부정하지도 못하는 소년은 아버지와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것도 신비로움이 가득한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사원으로 말이다. 그 곳에서 사랑의 아픔을 받아들이지도 헤어나지도 못하는 아버지를 느끼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이 소설의 큰 줄기가 된다. 앙코르 와트의 사원 하나는 아주 커다란 열대 무화과 나무의 뿌리에 볼모로 잡혀있는 듯하다. 얼마 전 이 곳 여행을 다녀온 동생의 사진으로 보았기에 소설을 읽으면서 그 생생함이 전해지는 듯했다. 사원은 커다란 열대 무화가나무(스퐁나무)에 의해 조금씩 파괴되는 듯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이 나무에 의지하여 지탱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마치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그런 관계에 있듯이 말이다.

 

사원과 스퐁나무의 관계를 보면서 소년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관계를 받아들이고 누구의 자식이 아닌 자기 스스로의 모습을 성찰하게 된다. 아픔과 그 아픔의 이해와 수용하는 성장의 고통을 통해서 더욱 성장하는 소년의 모습을 보게된다. 아름다운 행복한 가정이 최상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수많은 갈등을 안고 때로는 해체되는 가정의 모습을 이제는 아이들에게도 들려주어야 할 때가 된 듯하다. 내 일일 수도 있고 혹은 친구의 일일 수도 있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이들도 주인공만큼이나 한층 성장하게 될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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